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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어온 인공지능(AI) 열풍이 식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올해 AI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반도체 시장이 작년보다 10% 이상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미국 증시에서 수익률 상위 10개 ETF 중 6개를 반도체 ETF가 차지했다. 가장 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반에크 반도체 ETF(SMH)'였다. SMH는 지난 일주일간 수익률 8.2%를 기록했다. SMH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25개에 분산 투자하는 ETF다. 운용자산(AUM)은 1192억달러로, 수수료율은 연 0.35%다.
같은 기간 자산운용사 '인베스코 PHLX 반도체 ETF(SOXQ)'도 수익률 8%를 기록했다. SQXQ는 인베스코가 2021년 6월에 상장한 ETF로, 미국 내 16개 반도체 기업 주가를 가중평균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며, 투자 범위를 지수보다 확대해 30개 기업에 고루 투자한다. 수수료율은 연 0.19%로 다른 반도체 ETF 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두 ETF 외에도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 '인베스코 반도체 ETF(PSI)' 등의 수익률도 각 7.9%, 7.5%를 기록했다. 레버리지 ETF인 '다이렉션 데일리 반도체 레버리지 3X ETF(SOXL)'의 수익률은 24.1%로 집계됐다.
반도체 ETF가 활황세를 보인 배경엔 AI가 있다. 올해 AI 수요가 확대되며 엔비디아, AMD 등 반도체 업체 실적도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ETF 수익률에 반영됐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 들어 23.8% 상승했다. AMD도 21.3% 올랐다. 두 반도체 기업 주가가 폭등하면서 반도체 ETF 수익률도 동반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ETF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했다. 올해 반도체 시장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연달아 나와서다. AI의 등장이 산업 전반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995년 아마존의 등장으로 인한 'www(월드와이드웹)' 기반의 인터넷의 상용화, 2007년 애플의 아이폰 개발로 인한 IT 기기 대체에 이은 새로운 기술 혁명의 주인공이 AI라는 평가다. AI가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달 세계반도체 무역통계(WSTS)는 2023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9.4% 감소했지만, 올해는 13.1%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보기술(IT) 컨설팅업체 가트너는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 규모가 전년 대비 16.8% 증가한 624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언어모델(LLM)을 개발하고 생성형 AI를 학습시키기 위한 그래픽카드(GPU) 수요가 폭증할 것이란 예측이다.
칼 브라이덴바흐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이사는 "올해 AI 서버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데이터 센터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며 "각국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질수록 반도체 시장 반등 폭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무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전체 수요가 위축될 것이란 얘기다. 또 반도체 공급망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며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브라이덴바흐 이사는 "아직 반도체 시장에 리스크가 완벽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다"라며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운전자본(CAPEX)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위험에 대한 유연성을 나타내는 척도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