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e스포츠가 ‘여우 사냥’에 나선다. 한화생명은 24일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서 열리는 2024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2주 차 첫 매치에서 피어엑스(약칭 FOX)와 맞대결을 펼친다. 한화생명은 올해 스프링 스플릿 개막 이후 2연승을 기록 중이다. 단 1세트도 내주지 않고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1위에 올랐다. 평균 경기 시간 역시 30분 31초로 가장 짧았다. 지난해 LCK를 제패한 ‘도란’ 최현준, ‘피넛’ 한왕호, ‘딜라이트’ 유환중을 영입한 한화생명의 승부수가 제대로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직 한화생명의 경기력을 평가하긴 이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까지 상대적 약 팀으로 분류되는 팀들과 만났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1주 차에 DRX와 광동 프릭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두 팀 모두 현재 2패로 공동 꼴찌를 기록 중이다. 2주 차가 한화생명에게도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중위권에 해당하는 피어엑스와 상위권 경쟁팀인 T1을 만나기 때문이다.
피어엑스는 전신인 리브 샌드박스 시절 지난 2023년 스프링 6위에 올라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바 있다. 서머에도 7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를 노릴 만한 팀임을 증명했다. 패기와 기본기를 겸비한 신예 선수들과 데이터를 활용한 코칭이 더해져 늘 이변을 만들어낼 저력을 가진 팀으로 꼽힌다. 1주 차에도 KT 롤스터에겐 완패했으나 OK저축은행 브리온을 상대로 2 대 0 완승을 거두며 기세를 올렸다.
승부처는 정글이 될 전망이다. 양 팀의 정글러 활용 방식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한화생명 정글러 ‘피넛’ 한왕호는 이번 시즌 네 경기 동안 마오카이, 렐, 자크를 활용했다. 세 챔피언 모두 대표적인 탱커형 챔피언이다. 팀 내 ‘제카’ 김건우, ‘바이퍼’ 박도현 등 걸출한 딜러가 포진한 만큼 본인이 딜러 역할을 맡기보다는 갱킹과 이니시에이팅에 무게감을 두는 선택을 한 것이다.
피어엑스 정글러 ‘윌러’ 김정현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정현은 이번 시즌 신짜오, 비에고, 브랜드, 오공을 선택했다. 네 챔피언 모두 자신의 성장을 바탕으로 캐리력을 갖추는 게 중요한 카드다. 한왕호와 달리 본인도 딜러 역할을 맡은 셈이다. 실제로 두 선수의 팀 내 대미지 비중은 한왕호가 10.6%, 김정현이 21.8%로 큰 차이를 보인다.
‘날랜 여우’인 김정현이 베테랑 한왕호의 덫을 피할 수 있을지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왕호는 DRX와의 경기에서 자크를 선택해 지속적인 라인 개입으로 0데스 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끈 바 있다. 뽀삐 등을 활용한 창의적인 갱킹이 강점인 선수인 만큼 이런 노림수를 김정현이 어떻게 피하고 받아칠 수 있을지가 중요해 보인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