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본격적으로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합계출산율 0.7~0.8명을 전제할 때 2072년 예상 총인구는 약 3600만 명이다. 생산인구는 50년 후 현재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친다. 생산인구당 부양인구 수도 100명을 웃돌게 된다.
인구 감소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급락한 출산율 회복에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 프랑스가 국내총생산(GDP)의 5%가량을 투입해 1.8명대 출산율을 회복한 것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1.3명 선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인구 대국 중국이 인구 위기를 겪는 아이러니가 일어나고 있다.
인구 감소는 지방 소멸로 이어진다.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결혼, 주택 소유, 직장 등 다양한 요소가 출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저출산 대책이 종합적인 정책이 돼야 하는 까닭이다.
출산 친화적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세종시는 성공 사례에 해당한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출산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출산율도 1.2명을 넘는다. 어린이집, 공공유치원 등 양질의 육아 시설을 갖추고 있다. 경기 평택도 삼성전자 단지 등이 밀집해 고학력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출산율 상승, 인구 증가 등의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고 있다. 경력단절여성에게 충분한 일자리 기회가 주어져야 결혼, 임신, 출산의 페널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저출산 해법으로 양성평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 해결의 돌파구는 여성들이 임신, 출산의 자기 결정권을 가지는 것이라는 주장이 폭넓은 설득력을 얻는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극대화돼야 한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향상되면 잠재성장력 하락을 0.3% 내외 완화해준다고 한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중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결혼한 지 5년 미만 신혼부부 중 주택 소유 부부의 유자녀 비중이 비주택자보다 10% 높게 나타났다. 만혼화(晩婚化)도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상적인 가정이 비교적 높은 출산율을 보인다. 2023년 1인 가구 비율은 34.5%, 750만 가구에 해당하는데 매년 급증하고 있다.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시대적 요청이다. 인구 감소는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수축 사회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생산인구는 2020년대 연 32만 명씩 감소한다. 노인 인구는 50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국제결혼 비율도 10%를 넘어섰다. 외국인이 200만 명을 훨씬 넘는 시대가 됐다. 일본조차도 감소하는 생산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편의점, 간이식당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뉴노멀이 됐다. 화상(華商)이라는 중국인 이민집단이 동남아시아 경제와 중국 경제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말처럼 화상의 존재 없이는 중국의 고도성장을 설명할 수 없다. 실리콘밸리의 성공도 이민자 정신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인생 이모작이 활성화돼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5~49세 인구가 2021년 1908만 명에서 2070년 803만 명으로 절반으로 줄어든다. 전문 퇴직 인력이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인적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특허청이 반도체 분야 퇴직자 30명을 전문 특허관으로 채용했다. 반도체 특허심사 기간이 6~15개월에서 2~5개월로 단축된다고 한다. 일하고 싶은 중장년층에게 체계적인 재교육이 제공돼야 한다. 경단녀의 재교육 비율이 매우 낮다. 중장년층이 늙어가는 우리 경제를 견인할 신동력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넘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교육세의 일부를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쓰는 방안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감사원은 연 14조원꼴로 불필요하게 지출이 이뤄지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인구 감소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포퓰리즘적 단기 정책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이민정책, 경단녀정책, 중장년정책 등에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실천이 진실을 검증한다”는 말처럼 실천력이 담보된 실용적 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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