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상속세 개편 가능성을 시사한 뒤 증권가에선 “상속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인 KCGI의 강성부 대표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상속세 제도는 주가 하락을 유도하는 이상한 세금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주가가 오를수록 대주주가 내야 할 상속세액이 많아지는데 누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겠느냐”며 “일각에선 상속세 인하를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호도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선 상속세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오너가 자녀가 설립한 개인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 회사를 키운 뒤 매각해 상속에 필요한 세금을 확보하는 승계 방식이 나온 이유도 징벌적 상속세율 때문이라는 게 강 대표의 판단이다. 강 대표는 “상속세는 최대 60%에 달하는데, 이런 방식(일감 몰아주기)으로 하면 자본이득세 25%만 내도 된다”며 “사실상 정부가 꼼수를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상속세 적정 최고 세율을 30~35% 수준으로 제안했다. 강 대표는 “세율을 낮춰도 제도를 디테일하게 운영하면 세수 감수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 대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회사는 주가가 아니라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그는 “PBR 1배 미만 회사는 일종의 ‘저성과자’인데 이들에게도 시가로 상속세를 책정하는 건 저성과자에게 더 큰 보상을 주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국내 간판 사모펀드 운용사인 VIP자산운용의 김민국 대표도 “한국 주식시장이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선 상속세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막대한 상속세를 다 내고 경영권을 승계받은 기업 오너들은 경영권을 활용해 상속세만큼의 돈을 회사에서 보상받으려 할 개연성이 높다”며 “상속세를 낮춰 이런 구조를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자산운용사 대표는 “배당을 많이 하면 주가가 오르고,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를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대주주가 배당액을 높일 이유나 주가를 끌어올릴 필요가 없다”고 분석했다.
박종관/이슬기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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