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꼽히는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수주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시장 성장 초입 단계인 VLAC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선점에 성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공시를 통해 VLAC를 각각 2척 수주했다고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 수주액은 3330억원, 삼성중공업은 3150억원 규모다. 지난 8일에도 HD한국조선해양은 VLAC 2척을 3173억원 규모로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올초부터 국내 조선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중국 등의 경쟁자를 제치고 VLAC 수주 계약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조선 3사의 VLAC 수주량은 15척이었다. HD한국조선해양 8척, 한화오션 5척, 삼성중공업 2척 등이다. 지난해 세계 VLAC 수주량의 71%에 해당하는 규모다.
VLAC 시장은 성장 초입 단계에 있다. 암모니아가 친환경 에너지로 쓰이면서 암모니아를 운송하는 VLAC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암모니아는 질소 1개와 수소 3개가 결합된 분자다. 에너지로 사용되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암모니아를 수소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어 VLAC가 ‘수소 운반체’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 등은 글로벌 탄소 전환 과정에서 VLAC가 향후 20년간 연평균 120척 발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랜 적자를 벗어나 이제 막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는 VLAC 시장 확대를 실적 ‘퀀텀 점프’의 기회로 삼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체들이 글로벌 VLAC 시장 점유율을 현재 수준으로만 유지해도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주문을 감당할 생산능력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VLAC 기술 격차를 만들 신기술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VLAC에 장착할 암모니아 엔진을 2025년 완료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