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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 겨우 1조'…비트코인 현물 ETF, 뚜껑 열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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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 직후 3거래일 동안 2조원 가까운 돈이 이 상품에 유입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이 흥행몰이에 나섰지만, 2년여 전 비트코인 선물 ETF가 처음 출시됐을 때에 비하면 부진한 성적이라는 평가다.

디지털 자산 전문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즈 데이터에 따르면 블랙록과 피델리티, 인베스코, 프랭클린템플턴 등이 출시한 신규 비트코인 현물 ETF에 지난 10~12일 사흘간 순유입된 자금은 8억71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블랙록이 7억2300만달러(약 9735억원)를 끌어모아 선두를 달렸고, 피델리티(5억4500만달러·약 7338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다만 그레이스케일 펀드에서 11억8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의 자금이 유출되면서 전체 순유입액을 끌어내렸다. 그레이스케일 상품에서의 유출액을 제외하면 비트코인 현물 ETF로 유입된 자금은 20억달러를 조금 넘는다.



그레이스케일은 이미 280억달러 규모로 운용하고 있던 비트코인 펀드(GBTC)를 ETF로 전환해 상장했는데, 이것이 매도세를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3년 출시된 GBTC는 미 증권법에 따라 장외 시장에서만 판매할 수 있는 규제를 받고 있었다. GBTC가 ETF로 전환되면서 그간 묶여 있던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는 분석이다. 주요 운용사들이 수수료를 1% 이하, 심지어 0%(비트와이즈·첫 6개월 시)까지 낮추며 할인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그레이스케일은 1.5%의 수수료율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어 투자 매력이 깎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임스 버터필 코인셰어즈 연구원은 “GBTC는 오랜 기간 폐쇄적으로 거래돼 왔다”며 “ETF 전환과 함께 유동성을 갖게 되면서 강한 손바뀜이 일어나게 된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레이스케일의 자크 판들 연구 부문 매니징 디렉터 역시 블룸버그통신에 “우리는 10년 넘게 규제 일변도의 비트코인 투자 시장을 지배해 왔다”며 “신규 발행사들의 진입과 함께 투자자들의 관심이 신규 상품으로 쏠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시장 부양력은 선물 ETF에 못 미쳤다. 2021년 10월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 직후 2거래일간 순유입된 자금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였다. 현물 ETF 승인 기대감에 약 석 달간 70% 이상 올랐던 비트코인 가격도 승인 직후 6%가량 떨어졌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14.70달러(0.03%) 하락한 4만2722.6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파생금융상품 업체 마렉스솔루션의 일란 솔롯 디지털자산 공동 책임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는 결코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없다”며 “최근 비트코인 가격 흐름을 보면 기대 이하의 상품이었다는 것이 명확해진다”고 지적했다.

뱅가드 등 일부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도 시장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대중적인 투자 상품으로 인식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FT에 “다수의 고객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생소하게 느끼고 있으며, 상품을 충분히 이해하고 포트폴리오 내 배분 비율을 결정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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