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의 상승과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희비가 연초부터 크게 엇갈렸다. 코스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손실을 떠안았지만 코스피 곱버스(곱하기 인버스) ETF를 산 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올렸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일까지 거래량 상위 국내 ETF 50종 가운데 수익률 1위는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2배로 연동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였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20.96%에 달했다.
마찬가지로 인버스형 상품인 'KODEX 인버스'와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도 각각 10%, 6%대 수익을 올렸다. 반면 레버리지 상품인 'KODEX 레버리지'와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는 각각 17%, 12%대 손실을 기록했다.
'인버스' 상품은 지수 하루 낙폭의 두 배를 수익으로 얻는 게 목적이다. 나아가 '곱버스'는 인버스의 두 배를 뜻하는 것으로, 하락이 예상될 때 곱버스 ETF에 투자하면 지수 10% 하락 시 20%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들 상품은 오를 때 더 오르고 내릴 때는 더 내린다는 특징이 있다. 지수 방향성이 적중하는 경우에는 같은 투자금으로 두 배 수준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고변동장에서 단기매매 용도로 인기가 많다.
인버스 ETF는 기간 수익률이 아닌 당일 수익률을 기준으로 수익과 손실이 매겨진다. 때문에 등락을 거듭하는 보합권 장에서는 수익을 거두기 어렵고,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성과가 커진다.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12거래일 중 10거래일 밀리는 등 '한 방향 흐름'을 보인 만큼 투자자들의 수익과 손실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수익률이 극과 극을 달리는 이들 파생상품은 현재 기준 개미들의 최다 거래 종목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초 이후 통계를 살펴보면 거래량 1위와 2위는 곱버스와 인버스형 상품이었지만 3위와 4위는 정반대 격인 시장 상승을 다라가는 레버리지형 상품이어다. 개인 간에도 시장에 대한 시선히 두 갈래로 갈린 것이다.
거래량이 가장 높은 상품은 수익률 1위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였다. 이달 2~17일 이 종목의 거래량은 17억7102만주로 직전달 같은 기간 거래량(9억6883만주)의 두 배 수준이다. 다음으로 거래가 많이 된 종목은 코스닥150 선물지수를 두 배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로 총 5억9012만주 거래됐다. 한편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상승에 베팅하는 'KODEX 레버리지'와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가 각 2억6000만주 안팎으로 거래됐다.
거래량은 ETF를 따질 때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다. 거래량이 많다는 것은 유동성이 그만큼 풍부해 원하는 종목을 원활히 사고 팔 때도 제 값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또 많은 투자자들이 활발히 참여할 만큼 투자 매력도가 높은 상품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곱버스 종목 거래량이 레버리지 종목을 앞선 것은 추가 하락을 내다본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 들어서 증시는 추세적으로 하락세를 띠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일 종가(2669.81) 대비 8.76% 하락한 상태이고 코스닥지수도 같은 기간 5% 넘게 밀렸다. '어닝 쇼크'로 평가받는 삼성전자의 부진한 실적에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과 대북 관계 불확실성 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진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악재가 겹겹인 만큼 당분간 국내 주식에 '관망모드'로 임할 것을 권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기관의 7조원 가까운 '팔자'세에 더해 이익 상승동력(모멘텀)이 약해지면서 증시가 흘러내리고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대리전이 격화하는 등 국내외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당분간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전체의 방향성에 확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파생상품은 장기 투자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장기 보유 시에는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확 커지므로 레버리지나 곱버스 등의 ETF는 단타용으로만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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