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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 나이지리아와 '100년 인연' 끝냈다…석유개발 자회사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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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에너지기업 셸이 100년 가까이 이어 온 나이지리아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원유 절도, 폭력 등 최근 몇 년 새 나이지리아 현지 기업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했다는 이유에서다. 1970년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수십 년간 법정 싸움을 이어 오면서 쌓인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이미지도 벗어던지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셸은 나이지리아 자회사 SPDC를 국제 컨소시엄에 최소 13억달러(약 1조7000억원), 최대 24억달러(약 3조2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PDC 지분 30%에 대해 컨소시엄이 13억달러를 먼저 지불한 뒤 미수금과 현금 잔액 등을 고려해 11억달러를 추가로 납입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SPDC의 나머지 지분은 나이지리아국영석유공사(NNPC·55%)와 프랑스 토탈에너지스(10%), 이탈리아 에니(5%) 등이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SPDC의 순장부가치는 약 28억달러(약 3조7000억원)다.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컨소시엄은 스웨덴계 석유 기업 페트롤린(Petrolin)과 ND웨스턴, 아라델홀딩스, 퍼스트E&P, 월터스미스 등 4개 나이지리아 석유 탐사·개발 기업 등 5개 사로 구성돼 있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유전 시설이 밀집한 나이지리아 니제르 델타에서 사업을 영위해 왔지만, 전반적으로 국제적인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다만 셸은 나이지리아에서 완전히 떠나진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유전 외에도 액화천연가스(LNG) 공장 등 자산을 나이지리아에 보유하고 있다. 셸의 가스 사업 부문 디렉터인 조 유지나비치는 “나이지리아 내륙에서의 석유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심해 석유 탐사와 가스, 태양광 등에 미래 투자를 집중해 포트폴리오를 단순화할 계획”이라며 “에너지 부문에서 나이지리아는 매력적인 투자처이며, 우리의 전략적 이해와 일치하는 선에서 이 나라의 에너지 산업을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셸과 나이지리아의 인연은 약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6년 셸은 오늘날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전신인 앵글로-페르시안 석유회사와 함께 벤처 회사를 세워 나이지리아에 처음 진출했다. 1958년부터 현지에서 퍼 올린 석유를 세계 곳곳으로 실어 나르면서 셸은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1970년 니제르 델타에 깔려 있던 송유관이 파열하면서 대량의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유엔이 2011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 지역을 정화하는 데는 최소 10억달러, 최대 30년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줄소송이 이어졌고, 2010년 나이지리아 연방법원은 셸이 피해 지역인 리버스주 주민들에게 4100만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셸은 이에 불복해 상소했다. 이후 2021년 네덜란드 법원도셸의 책임을 물었고, 같은 해 셸이 9500만유로를 지급하기로 하면서 50년 넘게 끌어온 법정 다툼이 마무리됐다.



셸은 3년 전부터 SPDC를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2022년 나이지리아 법원이 기름 유출 사고 관련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셸의 현지 자산을 동결하겠다고 판결하면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르네상스는 이와 관련된 사후 법적 책임을 모두 떠안게 될 전망이다. 환경단체 헬스오브마더어스재단의 니모 배시 전무는 “셸은 오염된 지역의 완전한 복구 및 관련 비용의 전액 지불,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본 지역사회 전체에 대한 배상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셸의 자회사 매각 작업은 나이지리아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당국의 승인이 떨어질 거란 보장은 전혀 없다”고 짚었다. 약 2년 전 엑슨모빌이 현지 자산 매각을 시도했지만, NNPC의 반대로 아직 거래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이 근거다. 에니와 노르웨이 기업 에퀴노르 등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작년 5월 취임한 볼라 티누부 대통령의 기업친화적 행보에 기댄 낙관론이 나온다. 컨설팅업체 호라이즌인게이지의 클레멘타인 월럽 수석 고문은 “티누부 대통령은 글로벌 기업을 원활히 관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할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도 “매각 절차는 길고 복잡한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나이지리아의 원유 사업 규모는 절도와 투자 부족 등의 이유로 40%가량 축소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를 반영해 나이지리아의 원유 생산 할당량을 하루 150만배럴로 20만배럴 줄였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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