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세 중 흉기 피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것을 두고 일각에서 '부적절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한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 가족이 "서울대병원에 보내달라"는 요청을 거절당하자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응급의학과 봉직의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는 '와 진짜로 나타났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아빠가 딸이 던진 장난감에 (다쳐) corneal laceration(각막 열상)이 강력히 의심되는 (상황이었는데) 엄마는 '서울대병원에 보내달라'고 했다"며 "안 된다고 하니까 경찰 신고. 미치겠다. 진짜로 경험할 줄은…"이라고 적었다.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이송 당시 일각에서 제기한 '지방 의료 신뢰가 무너졌다'는 우려가 일부 현실화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글을 캡처해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재명의 효과"라며 "이전에는 가끔 있었는데 요즘은 '이재명도 해주는데 왜 난 안 해주냐'고 당당히 요구한다고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2일 부산에서 피습된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서울대병원으로 119 헬기를 타고 옮겨졌다. 이후 내경정맥 봉합수술을 받은 뒤 지난 10일 퇴원했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지방인 부산에서 치료받지 않고 서울로 병원을 옮긴 점을 두고 지방 의료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라는 취지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응급상황이었다면 부산에서 치료받았어야 했다. 이런 식으로 한다면 어느 국민이 지역 병원이나 국가 외상 응급의료 체계를 신뢰하겠냐"고 했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도 페이스북에서 "지방 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떠들던 정치인조차 최고의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학교병원을 놔두고 서울대병원으로, 그것도 헬기를 타고 갔다"고 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의대생 증원이 아니라 헬기를 증원하자. 국민 여러분 서울대병원에서 진료 거부하면 '이재명은 되고 왜 나는 안 되냐', '당장 헬기 불러달라'고 하시면 된다. '이재명은 탑니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의사 직업을 인증한 글쓴이가 '서울로 이재명처럼 전원 간다고 구급차 불러달라는 환자 설득하느라 힘들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재명이 참 안 좋은 선례를 남겨 한동안 진료실에서 서울 쪽 전원 119구급차로 보내달라는 사람들 설득할 생각 하니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는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헬기 이송이 특혜에 해당하는지 판단해달라'는 취지의 신고가 다수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지난 16일 "해당 사건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과 국민 알권리를 고려해 신고를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다"며 "관련 법령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권익위의 이런 방침에 강력히 반발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사건의 본질은 암살 테러"라며 "권익위는 물타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권익위가 암살 테러를 당한 야당 대표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 문제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조사에 착수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명백히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