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와 구로구 일대 아파트 등 3만8000여 가구에 온수와 난방 공급이 17일 오후 중단됐다.
서울에너지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54분께 서울 신정동 신정가압장에서 펌프의 밸브 시설을 점검하는 작업을 하던 중 밸브 하단부가 파손돼 중온수가 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압장은 먼 거리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펌프로 수압을 높여주는 시설이다. 중온수 난방 방식에 사용되는 중압 온수란 고압의 온수 가운데 100℃~170℃ 정도의 온수로, 낮은 온도의 공기와 만나 많은 양의 증기를 발생시킬 수 있다. 상황을 확인한 공사는 재난안전대책 2단계를 가동하고 오후 4시30분부터 수리 작업에 들어갔다.
이 사고로 오후 5시30분께 신정동뿐만 아니라 구로구 오류동 등 일대 온수 공급이 중단됐다. 신정경남아너스빌 아파트 등 3만8059가구에 온수 공급이 중단됐다. 목동아파트 13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오후 7시께 밤 10시면 복구된다고 아파트 방송이 나왔는데, 조금 전 늦으면 내일 오후에 복구된다고 다시 안내가 있었다”며 “아이를 목욕시키려다 못 하고 있고, 엄동설한에 집도 추워져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복구 작업은 늦으면 18일 오후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공사 관계자는 “가압장에 차 있는 물을 다 빼고 고장 난 밸브를 교체하는 작업은 18일 오전 2시까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래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바이패스 배관(사고가 발생했을 때 증기 등을 우회시킬 때 사용하는 배관)을 활용해 오후 3시쯤까지는 작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양천구와 구로구는 적십자 구호물품 300개, 응급 구호물품 265개 등을 주민들에게 배분할 예정이다. 인근 주민센터에서 전기장판 등의 난방 용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신정1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인근 아파트에 관리사무소를 통해 전기장판 80개를 제공했고, 주민센터에도 20개를 비치했다”며 “추운 날씨에 취약한 주민들이 대여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고 현장에 신속하게 지원할 것을 당부하며 “조속한 복구와 주민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