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6)는 아프리카 동쪽의 잔지바르섬 출신이다. 1964년 흑인혁명으로 이슬람 군주국이 무너진 뒤 아랍·이슬람계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자 구르나는 스무 살에 영국 유학을 떠나 대학교수가 됐다. 하지만 기독교와 백인 중심의 영국 사회에서 겹겹의 억압과 차별을 겪어야 했고, 이런 경험은 난민과 디아스포라의 삶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아프리카·아라비아·인도를 연결하는 무역항이자 세 문화의 교차점인 잔지바르의 문화적 혼종성은 그의 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그리스어 ‘dia’(너머·여러 방향으로)와 ‘spero’(씨를 뿌리다)를 합친 말이라고 한다. 본래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진 유대인을 뜻했으나 점차 식민 지배, 강제 이주, 전쟁 난민, 결혼, 비즈니스 등 다양한 이유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된 사람들로 의미가 확장됐다. 첫글자를 대문자로 쓴 ‘Diaspora’만 유대인 디아스포라를 의미한다. 구르나가 말했듯이 외국인·이주민에 대한 거부감과 배타성은 전반적으로 모든 사회에서 발견된다. 당사자들에겐 차별과 억압, 아픔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개의 상처에서 영롱한 진주가 맺히듯이 디아스포라의 아픔이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재탄생해 빛을 발하고 있다. 구르나뿐만 아니라 V S 나이폴(2001년), 헤르타 뮐러(2009년), 가즈오 이시구로(2017년)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여럿이다. 영상 작품에서도 디아스포라 콘텐츠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계 이성진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 중국·베트남계 여배우 앨리 웡이 의기투합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이 미국 에미상 8개 부문을 휩쓸었다. 한인 가족의 미국 이주기를 담은 ‘미나리’, 한인 이민 가족 4대의 삶을 그린 ‘파친코’ 등의 선전에 이은 초특급 낭보다.
순종보다는 이종(異種)·혼종이 강하고 아름다운 법이다. 국제 교류가 더욱 빈번해진 글로벌 탈경계의 시대, 디아스포라 콘텐츠는 더욱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750만 재외동포의 삶과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