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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불확실성을 견뎌내는 힘, 유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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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연시에 발표되는 경제 전망에는 ‘불확실성’이란 표현이 항상 등장한다. 세계적인 전염병과 수십 년 만의 인플레이션, 연이어 터진 전쟁을 겪어 보니 불확실성이라는 단어가 최근 몇 년처럼 공감을 일으킨 적이 있었을까 싶다. 하지만 그전에도 불확실성은 있었고,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잡히고 기준금리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도 불확실성은 강조된다. 그러다 보니 불확실성의 강조는 그저 긴장 조성이나 책임 회피용 상투어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매년 말에 돌이켜보면 정말 예상치 못한 큰일이 꾸준히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는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다. 유연성은 급변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적응하는 역량이 된다. 유연하게 대처한다고 피해를 아예 없애거나, 자연재해·전쟁 같은 개인 능력 밖의 재앙에 휩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피해를 최소화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유연성을 장착하는 것이 필수이지 않을까 싶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경직되지 않게 살피는 것은 중요하다.

인공지능(AI) 활용이 눈앞의 현실이 된 지금 개인 차원에서 유연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 시스템이 상황 변화를 흡수하고 최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체제의 유연성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검증된, 유연성을 갖춘 경제 체제는 시장 경제 체제다. 자유로운 인간들이 자기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자발적으로 활동한 결과, 마치 선의의 독재자가 모든 것을 알고 계획한 것처럼 사회 전체로 봤을 때 최선의 보상이 달성되는 것이 시장 경제 체제를 지지하는 힘이다. 다만 ‘사회 전체적 최선의 보상’이 모두에게 골고루 똑같이 주어지는 보상을 의미하지 않기에, 시장 경제 체제에 대한 반감은 뒤처졌다고 느끼는 사람 수에 비례해 커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질적으로 더 풍요롭고 다른 나라로부터도 존중받는 나라의 국민으로 살고자 한다면 시장 경제 체제를 강화하는 외의 대안은 없다고 생각한다.

시장 경제 체제를 강화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쉽게 말하자면 팔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은 팔고, 가격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되고, 그 가격에서 거래는 수량 제한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단계마다 유연성이 핵심이다. 물론 모든 영역에서 이 요건들이 완벽하게 만족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의료나 교육은 국민의 기본적 생존에 중요한 서비스이기에 공적 지원과 함께 가격 통제가 가해진다. 의사와 교사도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러나 가격 통제로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심각하다. ‘산업’이 된 의료와 교육 영역은 시장 왜곡을 우려할 정도가 됐다.

시장의 진입·가격 통제가 명분 없이 이뤄지는 경우는 없다. 골목상권·전통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 휴무, 최저임금이나 법정 최고금리 설정, 분양가상한제 운용, 전기·가스요금 통제 등이 모두 근거가 있고 혜택을 보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더 미묘하게는 ‘타다 금지법’으로 대표되는 신기술 비즈니스 도입에 대한 제동, 폭넓은 고용 보호 규제도 모두 시장의 유연성을 떨어뜨리지만, 그 덕을 보는 집단이 있다. 그러나 사회 전체로 볼 때, 그리고 미래 세대까지 포괄해 장기적으로 볼 때 급변하는 환경에서 이 경직성이 대한민국의 생존력을 저해한다고 보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이다.

게다가 경직성과 경직성의 조합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월초에 있었던 미국경제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한 연구자의 논문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이 항상 고용을 줄이는 것은 아니지만 고용 보호가 강한 나라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크게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고용 보호가 강한 나라로 분류된다.

올해 경제 정책 방향에 역동경제 구현이 포함됐다. 역동경제는 시장에서나 구현될 수 있으므로, 시장의 기본을 점검하면 좋겠다. 시장에서 점점 멀어지는 유럽은 미국의 기술 공세를 방어하며 현상 유지나 바라는 모습이다. 우리에게 ‘그냥 이렇게 살기’와 같은 사치가 허용되는지 의문이다. 고단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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