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명동 다이소 매장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캐리어를 끌고 찾아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매장을 돌며 김 과자와 같은 먹거리와 화장품 문구류 등을 바구니에 잔뜩 담았다. 베트남인 바피리 씨(25)는 “저렴하고 예쁜 물건이 많아 가족 선물을 모두 여기에서 샀다”며 “아무래도 면세점 상품은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이 확 바뀌고 있다. 과거엔 면세점에서 고가 명품, 화장품 등을 구매했다면 요즘은 ‘가성비 쇼핑’이 대세다.
○가성비 큰 상품 동나기 일쑤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성지’로 급부상한 다이소는 이런 변화를 뚜렷이 보여준다. 서울 명동·홍대·동대문 등의 다이소 매장은 방문객 중 외국인 비중이 50%에 달한다. 명동본점, 홍대 2호점은 지난해 해외카드 결제액이 전년 대비 각각 90%와 115% 급증했다. 500원짜리 마스크팩, 3000원짜리 립스틱 등 ‘가성비’ 화장품은 동나기 일쑤다. 인테리어 소품도 외국인이 많이 사는 품목이다.외국인 방문이 늘자 다이소는 명동역점을 5개 층에서 12개 층으로 확장해 김, 인스턴트 커피 등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상품군 진열대를 늘렸다.
화장품을 주로 판매하는 헬스·뷰티 전문점인 올리브영도 다이소 못지않게 외국인 관광객이 들르는 필수 코스다. 명동에 있는 올리브영 점포 6개의 지난해 외국인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7배 상승했다.
○면세점 가더라도 지갑 덜 열어
이에 비해 면세점들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면세협회에 따르면 작년 1~11월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은 10조1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면세점을 방문한 외국인 수는 538만33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2.9%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매출 감소는 이례적이다. 면세점을 방문하더라도 예전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의미다.외국인 관광객의 소비패턴 변화는 여행 유형이 과거 단체관광 위주에서 개별관광으로 바뀐 영향이 크다. 중국에서 오는 관광객에게서 이런 변화가 확연하다. 작년 8월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했지만 코로나 발생 이전과 비교해 여행 상품 종류와 수가 턱없이 적다. 항공편이 감소한 데다 중국 여행사들도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관광 인프라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을 여행하려는 중국인들은 단체 패키지여행 대신 개별 여행을 선택한다.
이들 개별 여행객은 다이소, 올리브영 등은 물론 백화점도 많이 간다. 신세계백화점 명동본점, 더현대서울 등은 특히 MZ세대 외국인 관광객들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릴 사진 찍는 장소가 많아서다. 신세계 본점 외국인 고객의 1인당 구매액은 2019년 20만원대 후반에서 지난해 60만원대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더현대서울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10%를 웃돈다.
송영찬/이선아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