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장례식 조의금 얼마 해야 하나요?"
얼마 전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 게시글의 일부다. 글쓴이는 "친구가 강아지 장례식에 오라길래 조의금은 생각 안 하고 갔는데, 조의금 넣는 함이 있었다"며 "당황했지만, 나중에 (친구가) 서운해할까 봐 현금자동인출기(ATM)기에서 급하게 5만원 뽑아서 넣긴 했는데, 이게 맞나 싶다"고 털어놨다.
이에 누리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반려인들 사이에서도 "내 강아지가 막내아들이라 장례식은 해줄 생각이 있지만, 조의금까지 내야 하는 건 너무 앞서나가는 문화"라는 지적과 "반려견도 소중한 가족이라 함부로 뭐라 할 수 없다"는 의견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며 반려견 장례 문화도 정착 중인 가운데, 생소하다며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덩달아 생겨나고 있다. 특히 지인 등에 부고장과 함께 조의금을 유도하는 일부 반려인들의 사례가 알려지며 '적정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늘어나는 반려동물 키우는 인구에 장례 문화도 ↑
국내 동물장묘업체는 동물 전용 장례식장을 비롯한 동물 화장시설, 동물건조장, 동물수분해장시설, 동물 전용 봉안시설 등으로 나뉜다. 16일 한국동물장례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법적으로 허가된 동물장묘업체는 총 68곳으로, 이 중에서 화장 시설을 갖춘 업체는 61곳이다.
반려견 장례식도 사람의 장례식과 비슷한 절차를 갖춰나가고 있다. 미국·독일·일본 등 국가에서는 이미 반려동물 묘지나 동물 장의사, 펫로스(반려동물 상실) 치료를 지원하는 센터 등 관련 산업이 크게 발달한 편이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정식으로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에서는 반려견의 장례식에 지인을 부르는 일이 흔치 않을뿐더러, 조의금의 경우 더욱 정착되지 않은 문화인 탓에 이와 관련한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20년간 경기도의 한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운영해온 사장은 "대부분 가족 단위로 와서 장례를 치르지, 조의금 함을 두거나 지인을 부르는 건 극소수의 일"이라면서도 "다만 일부 마니아층에서 지인 등을 불러 10여명이 동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인들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현재 노령인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 직장인 김모 씨(30)는 "반려견이 나에게는 소중한 가족이지만 누군가에겐 그저 '개'이기 때문에, 장례식을 하게 된다면 가족들끼리 조용하게 치르고 싶다"며 "유튜브를 운영하는 일부 반려견 유튜버 중에서도 키우던 개가 죽으면 함께 애도를 표해달라고 하던데, 이런 게 누군가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가족이나 친구 같은 존재가 사라진 것인데, 일종의 '경조사비'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이모 씨(27)는 "오래된 친구가 키우던 개가 죽어서 함께 장례식장에 다녀온 적이 있다"며 "워낙 어렸을 때부터 친구와 함께하며 같이 봐왔던 반려견이라서 자발적인 마음으로 애도를 표하고 싶었다. 적지 않은 돈을 썼다고 들어서 도와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반려견 장례식장의 기본장례비용은 체중 5kg 미만 기준 평균 20만~30만원 선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엔 개별 화장, 기본유골함, 추모, 추모 액자 등 서비스가 포함된다. 반려견의 사체가 5kg을 초과할 경우 1kg당 1만~2만원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고급 유골함 등을 제공하는 VIP 장례는 평균 60만~70만원에 달하는데, 운구 서비스와 메모리얼 스톤 세트 등을 추가하면 100만원 가까이 필요한 곳도 있다.
"혼자 오는 사람 많았는데 이젠 가족 단위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화하면서 이런 문화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KB금융그룹이 발간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 가구는 2022년 말 기준 약 552만 가구, 인구수로 환산하면 1262만여명이다. 이 조사에서 반려 가구의 64.5%는 반려동물이 죽으면 화장 후 수목장과 메모리얼(기념) 스톤, 봉안당 안치 등 장묘시설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많은 반려인이 반려동물과 제대로 된 '이별식'을 위해 사체를 인도받아서 화장을 진행하는 거치고 있다. 예전에만 해도 혼자 오는 사람이 많았다면 점차 가족 단위, 지인을 동반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도 "다만 업체 측이 주체적으로 조의금 함을 두거나 부고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반려 인구가 늘어났지만, 비반려인도 많은 만큼 반려견 장례식장에서 조의금을 내는 게 정착되지 않은 문화라는 뜻"이라며 "함께 기른 소중한 생명체를 떠나보낸다는 사업의 취지에 맞지 않게 변질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