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업체 온코빅스가 지난해부터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신약을 개발한 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난해 9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한지 약 4개월 만이다.
김성은 온코빅스 대표(사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AI툴을 적용해 기존의 특허는 회피하면서도 안전성과 유효성이 우수한 ‘베스트 인 클래스’ 유효물질을 발굴했다”며 “신약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10분의 1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고 16일 밝혔다.
온코빅스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신약개발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합의했다. 애저 오픈AI 서비스는 신약개발에 특화된 AI가 아닌 범용 AI다. 일반적으로 오픈AI(챗GPT)에 질문을 해 답을 얻은 뒤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지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저장해 사용자가 가공해 쓸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김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애저 오픈AI가 신약개발에도 쓰일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 싶어했고, 온코빅스는 최신의 AI기술을 신약개발에 적용할 수 있어 양사 모두 기대가 컸다”고 했다.
온코빅스는 애저 오픈AI를 접목해 자사의 신약개발 플랫폼인 토포믹스를 기존 2세대에서 3세대로 업그레이드 했다. 토포믹스는 온코빅스가 보유한 라이브러리를 바탕으로 의약품으로 쓸 저분자화합물을 설계하는 플랫폼 기술이다. 온코빅스는 여기에 생성형 AI를 도입하고, 더 구체적인 답변을 얻기 위한 ‘프롬프트’를 적용해 필요로 하는 신규 물질의 물성을 제안 받고자 했다.
김 대표는 “2세대 토포믹스로 진행했을 때 열흘이 걸릴 일을 AI를 접목한 3세대에선 하루만에 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속도가 생명인 현대의 신약개발에서 강력한 도구를 얻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속도뿐 아니라 결과물도 2세대 대비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AI가 제안한 절편을 분석한 결과, 기존 약물 대비 더 적은 용량으로 기대 효능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안전성 면에서 더 뛰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세대 토포믹스 대비 특히 차별화된 점으론 기존의 특허를 회피하는 기능으로 꼽았다. 이전까지는 사람이 일일이 대조를 통해 기존 특허에 저촉되는 부분이 없는지 확인해야 했다. 김 대표는 “프롬프트 단계에서 기존에 나온 특허 정보를 AI에게 입력하고 회피할 것을 명령하니까, 경쟁사의 특허에 저촉되지 않는 신규 약물 구조를 제안받았다”며 “베스트 인 클래스 약물 개발에 탁월할 것으로 보이며, 퍼스트 인 클래스 개발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코빅스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AI를 이용해 시범적으로 도출한 유효물질은 신규 표적항암제를 목표로 개발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AI 기술을 접목한 3세대 토포믹스 기술로 다수의 유효물질을 빠르게 발굴해 더 많은 후보군에서 후보물질을 도출한 뒤 신규 물질로 임상에 진입에도 진입하겠다”고 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