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산업을 주력으로 하던 OCI가 한미약품과 그룹통합을 진행하겠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실제 통합은 오는 6월 말 지분취득이 완료돼야 마무리된다. 시장에선 “양사 모두에게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향후 어떤 사업전략을 짤지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지분양수 계약에 따르면 OCI 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는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7703억원에 취득하고,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은 OCI 홀딩스 지분을 10.4% 인수하게 된다.
오의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원 등 제약·바이오 전문 애널리스트들은 15일 일제히 보고서를 내고 “OCI는 안정적으로 신사업에 진출하고, 한미는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오의림 연구원은 “한미사이언스 경영진은 약 5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 마련에 대한 부담감이 계속해서 있었다”며 “지분담보대출로 일부는 납부했으나 금리가 올라가며 부담은 증가하고 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계약이 한미약품 주가에 근본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없더라도 향후 두 그룹간 시너지 발생을 위한 사업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영숙 회장과 OCI 그룹이 공동경영을 한다면 각각 제약·바이오와 소재·에너지에 집중하며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김승민 연구원은 “OCI는 프리미엄 없이 국내 굴지의 제약사를 손쉽게 포트폴리오에 넣게 됐다”며 “상속세 납부 이슈와 (필요가) 맞아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 이후 연구개발(R&D) 방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순 있다”면서도 “이번 거래에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의 지분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임주현 사장이 직접 주도하고 있는 R&D 프로젝트에 대한 방향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민용 연구원 역시 양사 시너지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엄 연구원은 “임성미 한미약품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뒤, 한미 내부에서는 신약을 개발하고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대표 및 임원진들의 역할이 부족했다”며 “OCI는 누구보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제약 산업에 대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는 만큼 한미약품에 가장 중요했던 상속세 이슈가 정리되고,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도 수혈됐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