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80여 일 앞두고 제3지대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낙연 신당’과 ‘이준석 신당’ 등이 창당 일정을 구체화한 가운데 총선 연대 방안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제3지대’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소속 의원들의 이탈을 저지하기 위해 공천 일정을 가급적 천천히 잡으려는 분위기다.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이 탈당해 제3지대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제3지대 합종연횡 본격화
14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대연합(가칭)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등 제3지대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미래대연합은 지난 10일 민주당을 탈당한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 등이 추진하는 신당이다.이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미래대연합의 길에 함께하겠다”며 “한국 정치사에서 오늘은 국민들이 양자택일의 속박에서 벗어나 비로소 정부와 정당을 선택하는 권리를 회복하는 국민 복권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도 “텐트보다 멋있는, 비도 바람도 막을 수 있는 큰 집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6일에는 이 전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인 새로운 미래도 창당발기인대회를 연다. 이 전 대표가 11일 민주당을 탈당한 지 5일 만에 신당 창당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위원장의 개혁신당은 오는 20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한다.
이들 제3지대 세력은 총선에서의 협력을 기정사실화하고, 조만간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김 의원은 “각각의 창당준비위원회가 공식 발족하면 본격적으로 대화와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與野 “양자 구도에 어떤 영향” 촉각
거대 양당은 일단 제3지대의 성공 가능성을 작게 보는 분위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다양한 변수를 염두에 두고 선거 전략을 짜고 있지만 제3지대 출현은 현재로서는 고려 요소가 전혀 아니다”고 했다. 다만 제3지대의 세력 규합에 대한 경계도 적지 않다. 여권 관계자는 “신당이 수도권 등에서 자신이 낸 후보를 당선시킬 수는 없어도 다른 후보를 떨어뜨릴 수는 있을 것”이라며 “‘이준석 당’이 후보를 낸 지역구에 ‘이낙연 당’은 불출마하는 등의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이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거나 해당 지역에 남아 제3지대 후보를 지원 사격하는 경우 역시 부담스럽다. 정당법에 따르면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는 해당 지역구 출마가 불가능하지만 지역구를 옮기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컷오프(공천 배제), 당내 경선 등 전반적인 공천 일정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2020년 4월 15일 치러진 21대 총선 때 민주당은 1월 17일 1차 전략공천 지역 발표를 했지만, 날짜상으로 이보다 닷새 이른 4월 10일 치러지는 이번 총선을 앞두곤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