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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바이오는 '프로선수'와 함께해야"…두달 만에 일사천리 빅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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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현 OCI그룹 회장의 머릿속에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자리 잡은 건 6년 전부터다. 신재생에너지와 화학·소재만으론 ‘물량 공세’를 펼치는 중국에 언젠가 덜미를 잡힐 것이란 걱정에서였다.

미래 성장성이 높은 분야, 한국이 잘할 수 있는 산업 그리고 중국과 기술 격차가 있는 업종. 이 회장이 내린 결론은 제약·바이오였다. 그렇게 2022년 중견 제약사인 부광약품을 손에 넣었지만 이 정도론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런 이 회장에게 두 달 전 들어온 한미약품 합병 제안은 그동안의 모든 고민을 한 방에 날릴 ‘선물’이었다. 30개가 넘는 ‘똘똘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국내에서 첫째가는 연구개발(R&D) 역량을 갖춘 제약사여서다.

이 회장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 한 단독 인터뷰에서 “처음 합병 제안이 왔을 때 한미약품을 최고 제약사로 이끌어온 오너 일가를 뺀 채 회사만 손에 넣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사장도 공동경영에 뜻이 있다는 걸 확인한 뒤 일사천리로 협상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 만들자” 의기투합

이 회장은 1시간가량 이어진 전화 인터뷰에서 송 회장과 임 사장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다섯 차례나 했다. 단순한 지분 매각이 아니라 공동경영 요청을 받아들여준 데 대해서다.

이 회장은 “그동안 국내에서 벌어진 인수합병(M&A)은 대개 한 기업이 다른 기업 대주주 지분을 ‘인수(Acquisition)’하는 방식이었다”며 “하지만 송 회장과 임 사장은 한미약품을 더 키우기 위해 ‘합병(Merger)’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사람과 함께 한미를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며 “이들 없이는 한미약품의 경쟁력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바이오 같은 전문 분야는 ‘프로’와 함께해야 한다”며 “한국에 한미약품 같은 프로가 또 있느냐”고도 했다.

OCI와 한미약품은 지난 12일 그룹 통합을 전격 발표했다.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7703억원에 취득하고, 임 사장이 OCI홀딩스 지분 10.4%를 인수하는 내용이다. 경영은 지금처럼 각자대표 형태로 이 회장이 첨단소재와 신재생에너지를, 임 사장이 제약·바이오 사업을 맡는다. 두 회사에서 사내이사를 2명씩 내고, 5명으로 사외이사를 꾸릴 계획이다.

이 회장은 “OCI홀딩스가 OCI+한미약품의 지주사가 되고, 한미사이언스는 제약·바이오 계열사를 거느린 중간지주사가 될 것”이라며 “에너지·화학 등을 아우르는 화학 중간지주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위고비’ 만들 것”
이 회장은 OCI가 한미약품과 피를 섞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해외 사례를 여러 개 들었다. “바이엘 아시죠?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이 회사가 원래 석유화학업체였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제약사로 변신했습니다. 또 다른 화학업체인 아벤티스와 론풀랑크는 M&A를 통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이 됐죠. 글로벌 경쟁 상황과 시대 변화에 따라 변신한 겁니다. 그 길을 OCI도 가려는 겁니다.”

이 회장은 이번 통합으로 신약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신약을 하나 개발하려면 임상시험에만 수천억원이 들어간다”며 “한미약품의 뛰어난 기술력에 OCI의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이 더해지는 만큼 신약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OCI홀딩스는 2022년 976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한미약품이 R&D 비용(연간 1500억원 안팎)을 대폭 늘릴 여지가 생겼다는 의미다. 이 회장은 전 세계에 촘촘히 박힌 OCI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재 10%도 안 되는 한미약품의 해외 매출 비중을 대폭 끌어올리는 것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당뇨병 치료제 ‘위고비’를 낸 노보노디스크 덕분에 덴마크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당뇨병 치료제 등을 잘 개발해 대한민국이 바이오 강국이 되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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