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토반도 지진 여파로 화상을 입은 다섯 살 남자아이가 병원 입원을 거부당해 대기하던 중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비통함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12일 일본 공영 NHK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일 일본 이시카와현에 규모 7.6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시카정에 사는 나카가와 가나토(5)군은 어머니 미사키 씨와 함께 친척 집에 머물고 있었다.
지진이 이들을 덮치면서 석유난로 위에 끓고 있던 주전자가 떨어지며 가나토 군의 엉덩이와 다리에 뜨거운 물이 튀었다. 어머니가 가나토 군의 바지를 벗겨 보니 피부는 벗겨진 상태였고, 물로 피부의 열을 내리려 했으나 지진으로 단수가 된 상황이었다.
미사키 씨는 곧바로 구급차를 불렀으나 지진 직후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진 상태라 "출동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지켜볼 수 없었던 미사키 씨는 직접 운전대를 잡고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지진으로 도로가 갈라지는 등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미사키 씨는 다시 한번 119에 전화를 걸었고 그제야 출동한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갈 수 있었다. 가나토 군을 진찰한 의사는 "경상은 아니지만, 중상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미사키 씨는 "간지러워. 아파"라고 우는 가나토 군과 함께 병원 로비에서 하룻밤을 지새워야 했다.
가나토 군은 3일 아침 화상 통증과 함께 41도의 고열이 났다. 시내의 의원에서 진통제를 처방받아 먹인 후 다음 날 진찰을 받은 병원을 찾았다.
미사키 씨는 "열이 나고 얼굴색도 변한 상태였다. 그대로 중환자실에서 처치를 받았는데 입원할 수 없었다"고 했다.
긴 대기 시간을 버티고 가나토 군이 집중치료실(ICU)로 옮겨졌을 때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시카정 당국은 가나토 군에 대해 "경상에서 용태가 급변해 사망했다"고 했다.
일본열상학회 화상 분류체계에 따르면 가나토 군은 신체 부위의 15~30%에 해당하는 온수로 인한 화상, 즉 2도 중등증 등급에 해당한다. 학회 측은 중증과 중등증은 입원 치료 수준이라고 간주하며 "상황에 따라 구급을 요청할 수 있고 일반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고 고지하고 있다.
미사키 씨는 "입원할 수 있었다면 혹시 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아이와의 추억이 담긴 휴대전화를 들고 슬퍼했다.
또 "얼마 전까지 어떤 색의 란도셀(책가방)을 갖고 싶다고 이야기해서 다시 물으려 했는데 들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며 "장래에 히어로 같은 사람을 지키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가 돌아왔으면 좋겠다. 후회된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괴로워했다.
가나토 군을 진찰한 병원 측은 경위를 검증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에 입장을 밝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