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코인의 '코'자도 못꺼내게 하는데 저희가 뭘할 수 있겠습니까.”
금융감독당국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상장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비트코인 선물 ETF도 영향을 받고 있다. 당국의 지침이 명확치 않은 까닭에 거래를 '일단 중단'한 증권사도 나왔다.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는 어떻게 하나' 문의 빗발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이날 비트코인 선물 ETF 23개 종목에 대한 신규매수 제한조치에 돌입했다. KB증권은 "금융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기 전까지 가상자산 선물 ETF의 신규 매수를 제한한다"며 "기존 매수해 보유한 투자자는 매도 주문만 할 수 있다"고 했다.
거래 중단 종목 중엔 이른바 '서학개미' 사이서 인기를 끈 '2x 비트코인 스트라티지 ETF(BITX)'도 포함됐다. 국내 투자자들은 작년 한해 동안 BITX를 2500만달러(약 32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비트코인 선물 ETF는 원칙적으로는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 요건에 위배되지 않는다. 비트코인의 현물 가격을 곧바로 따르는 게 아니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지수를 추종해서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가 기존에 거래 중이었던 국외 상장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위법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갑자기 내놓은 만큼 선물 ETF에 대한 방침도 확신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날 증권사들은 캐나다와 독일 등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신규 매수 제한 조치를 걸었다.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을 비롯한 주요 증권사들도 비트코인 선물 ETF를 놓고 거래 중단 논의를 하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는 여러 증권사들의 비트코인 선물 ETF 관련 가이드라인 요청이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설명을 위해서라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금융위원회가 비트코인 기반 투자상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선물 ETF 관련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라 기존 거래 중인 상품에 대한 조치 근거를 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운용사도 답답…'코인의 코자도 꺼내지 말래요'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비트코인 현물 ETF 등 사업을 일단 보류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내부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어제부로 답보 상태에 빠졌다"며 "금융감독당국이 코인의 코자도 못 꺼내게 하는 분위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국내에서 해외 상장 비트코인 현물 ETF 등의 거래가 이뤄지려면 자본시장법 개정이나 금융위의 추가 유권 해석이 필요할 전망이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려면 정부나 국회가 나서야 하지만, 오는 4월 총선이 있는 만큼 빠른 논의가 이뤄지긴 어려워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회의를 열어도 뚜렷한 진전 내용이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국회가 개원해야 논의가 구체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일단 관련 후속 검토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비트코인 현물 ETF과 관련해 “가상자산의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올해 7월 시행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이 마련되고 있다”며 “미국 등 해외 사례도 있는 만큼 추가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한결/이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