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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만 있던 비상구…女 그림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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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재난 시 시민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여러 유형으로 운영 중인 재난 대피소를 일원화한다. 또 남성만 표시한 비상구 유도등에 여성 도안을 추가해 혼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상반기 전국에 흩어진 총 4만3445개 대피시설을 공동 활용하는 등 일원화 작업에 나선다. 현재 네 종류로 운영하는 대피소는 관리 부처가 제각각이다. 산림청이 운영하는 산사태취약지역 대피소(9298곳), 환경부가 담당하는 화학사고 대피장소(1554곳), 행안부의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1만5110곳)과 민방위 대피소(1만7483곳) 등이다.

행안부는 시설 현황을 파악해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용처별로 나뉜 대피소를 하나로 일원화한다. 박종현 행안부 민방위 심의관은 “수해 사고가 집중되는 6월 이전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피난 유도등 도안 속 인물에 여성 도안을 추가해 시설물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재난·사고별로 나눴던 대피소 한 종류로 통일
"무조건 가까운 곳으로"
사고와 재난 유형별로 달리 운영되는 대피시설을 통합하는 것은 위급한 상황에서 적절한 대피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지금은 재난, 사고가 발생하면 상황에 따라 다른 대피소를 찾아야 한다. 산사태가 나면 산사태대피소, 화학사고 때는 화학사고대피소, 수해 시에는 이재민 임시주거시설로 가야 한다. 전쟁 등에 대비하는 대피소는 지하에 있지만 정확한 위치를 아는 주민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박종현 행정안전부 민방위심의관은 “어떤 이유에서든 대피할 일이 생기면 주민들은 가까운 대피소를 찾아가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으로 설치한 민방위 대피소 241곳 중 지상에 있는 77곳을 공동대피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지상이지만 방호 처리가 돼 있고, 벽 두께가 50㎝ 이상인 곳이다. 지하시설이 있는 산사태 대피소, 임시주거시설 중 문 두 개 이상 등의 조건을 갖춘 공간도 민방위 대피소로 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정부는 비상구 표시판(피난유도등) 속 그림에 여성을 넣는 아이디어도 검토 중이다. 기존 표시판 속 그림은 국제표준을 따라 바지를 입은 보행자가 달려나가는 모양인데, 치마를 입은 여성을 그림에 넣겠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과거에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오스트리아 빈(2007년)은 할아버지만 표시하던 버스 경로석에 할머니를 추가했고, 스위스 제네바(2020년)는 시내 500개 횡단보도 표지판 가운데 250개 표지판 그림 속의 사람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꿨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우리나라가 현대 사회상을 반영해 이런 일상생활 속 변화를 주도한다면 국제적으로도 좋은 반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유림/최해련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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