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 시장의 ‘투톱’ 테일러메이드와 핑골프가 ‘10K’로 맞붙었다. 클럽의 관용성을 나타내는 관성모먼트(MOI)에서 마의 영역으로 여겨진 ‘1만(10K)’을 넘긴 제품을 나란히 내놓으면서다. 두 브랜드를 시작으로 올해 골프시장에 관용성 전쟁이 촉발될 전망이다.
테일러메이드와 핑은 지난 10일 2024년 신제품을 각각 공개했다. 공개 전 ‘10K’라는 코드명으로 골퍼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테일러메이드는 Qi10 시리즈를 내놨다. 스텔스 시리즈의 후속작으로, 지금껏 출시된 테일러메이드 제품 가운데 가장 높은 관용성을 구현한다. 핑은 G430 MAX 10K를 출시했다. 탄탄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G430 시리즈에 새롭게 추가된 제품군으로, 역시 ‘역대급 관용성’을 정면에 내세웠다.
테일러메이드와 핑은 한국 드라이버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핑은 관용성 좋은 G시리즈로 ‘국민 드라이버’ 칭호를 얻으며 오랜 기간 1위를 달렸다. 테일러메이드는 2022년 스텔스 시리즈로 골프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골프존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드라이버는 테일러메이드의 스텔스2, 2위는 핑골프의 G430이었다.
한국 드라이버시장을 주도하는 두 브랜드는 한날한시에 공교롭게도 ‘10K’를 신제품 키워드로 내놨다. 양사 모두 MOI를 1만(10K)을 넘겼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동안 드라이버시장의 키워드는 비거리였다. 볼스피드와 헤드스피드를 늘려주는 기술에 집중해 멀리 보내는 성능을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신제품은 모든 브랜드가 ‘똑바로’에 집중하고 있다. 차효미 핑골프(삼양인터내셔널) 마케팅부장은 “그간 용품사들이 비거리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지만 한계에 봉착한 것”이라며 “이제는 골퍼들이 실제 스코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능, 즉 관용성으로 시장의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MOI는 클럽의 관용성을 보여주는 수치다. 스위트스폿을 맞히지 못하더라도 클럽이 실수를 보정해주는 정도로, MOI가 높을수록 샷의 흔들림이 줄어든다. 지금까지 나온 제품의 MOI는 8000~9000대에 그쳤다. 관용성을 더 크게 끌어올리려면 클럽헤드를 더 크게 만들어야 하는데 세계 골프 규칙 및 클럽 규제를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클럽헤드 크기를 460CC로 제한하고 있다. 클럽헤드를 무작정 키우면 공기 저항이 커져 비거리에 손해를 본다. 용품사들은 정해진 헤드 크기 안에서 저항을 줄이면서도 최고의 관용성을 구현하는 기술에 집중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결과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관용성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성용 클럽시장에서 압도적 1위인 젝시오가 오는 16일 신제품 공개를 앞두고 있다. 캘러웨이골프는 17일 ‘패러다임 AI 스모크’를 선보일 예정이다. 인공지능(AI)을 앞세워 관용성을 크게 끌어올린 클럽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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