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하면서 국내 암호화폐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사 지분을 보유한 한화투자증권, 우리기술투자 등은 상한가를 찍었다.
11일 한화투자증권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29.99% 오른 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상장사인 우리기술투자도 29.98% 상승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매수세가 몰렸다. 한화투자증권과 우리기술투자는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지분을 보유해 대표적인 비트코인 관련주로 꼽힌다.
10일(현지시간)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면서 11일부터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될 수 있다. 상장 예정인 상품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비롯해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아크인베스트먼트 등 11개다.
업계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와 함께 암호화폐 시장에 대규모 신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회계 문제 등을 이유로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기관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영국계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8일 보고서를 내고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 올해에만 최대 1000억달러(131조원)가 유입될 것"이라며 "기관 투자자의 비트코인 투자를 일반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금이 유입되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추가 상승도 점쳐진다. 현재 비트코인은 현재 6000만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번스타인은 "비트코인이 올해 신고점을 경신하고 2025년 최대 15만달러(1억9815만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SC는 2025년 2억원 이상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위지트, 티사이언티픽도 각각 29.89%, 20.35% 상승했다. 위지트 자회사 티사이언티픽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홀딩스, 빗썸코리아 지분 일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ETF 출시로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주에 대한 일부 우려도 제기된다.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암호화폐 투자가 가능해 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다는 이유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