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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아직 갈 길 먼 1호 '킬러 규제' 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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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통은 좀 트였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 많네요.”

수도권 산업단지에서 염료 제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모 대표는 개정된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킬러규제’라고까지 콕 찍은 화평법·화관법 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업계에선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반응이다.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 완화 등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번 법안 통과로 해소됐지만, 아직 건드리지 않은 독소 조항이 많아서다.

화평법 개정안 통과로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은 연간 0.1t에서 1t으로 완화됐다. 세계 최악 수준의 규제에서 유럽연합과 일본 수준으로 다소 낮아졌다. 이 대표는 “업계에서는 화학물질을 써도 괜찮은지 수시로 수입해서 시험해보는데 그동안 골치가 너무 아팠다”며 “매번 등록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고 비용도 수천만원이 깨지는 게 영세 업체에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법안에서 건드리지 않았지만 ‘기존화학물질’ 등록 관련 문제는 시한폭탄이다. 7000여 종에 달하는 기존화학물질은 유예기간을 두고 있어서 등록하지 않고 사용해온 기업이 적지 않다. 하지만 연간 100t 이상, 1000t 미만 기존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려는 경우 올해 12월 31일까지만 유예가 가능하고, 그 이후는 무조건 등록해야 한다. 2027년 12월 31일 기준으로는 10~100t, 2030년 12월 31일까지는 1~10t 사용 화학물질은 모두 등록하고 써야 한다. 등록비용은 물질당 최소 3000만원에서 최대 수억원이 들어간다. 대부분 업체가 여러 물질을 한꺼번에 취급하는 특성상 물질 수만큼 관련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질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데 일단 규제부터 만들어놓은 시스템도 문제다. 외국에 이미 유해성 정보가 있으면 이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물질이라도 각 기업이 저마다 등록하다 보니 중복 구매를 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개정 화관법의 시행령에 대해서도 업계는 걱정이 많다. ‘유독물질’의 정의를 삭제하면서 그 범주를 인체급성유해성물질, 인체만성유해성물질, 생태유해성물질로 차등화했다. 유독물질 유해 특성에 따라 그에 맞는 관리 수단을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그렇지만 이 물질을 어떤 기준으로 차등을 둘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화평법·화관법으로 그동안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 다수는 뿌리기업이다. 원가 부담과 인력난 등 어려움을 도와주진 못할망정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는 한 뿌리기업 창업자의 하소연이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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