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8일 13:5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델파이(현 이래AMS·에스트라오토모티브시스템)가 9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온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래CS가 채권 변제를 위해 이래AMS와 에스트라오토모티브시스템 지분을 연내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 이래CS는 계열사 매각을 발판 삼아 경영 정상화에 본격 시동을 걸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선 이래CS가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회사 경영 사정이 날로 좋아지고 있는 만큼 이른 시간 내에 회생 졸업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생 접수 1년 만에 회생계획안 제출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래CS는 지난달 말 창원지방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2022년 12월 회생개시절차 신청을 접수한 지 1년 여만이다.이래CS가 변제해야 할 채권은 총 1630억원으로 이는 100% 현금 변제하기로 했다. 채권단의 출자 전환은 없다. 채권 변제 대금은 이래CS가 보유 중인 이래AMS 지분 80.6%와 에스트라오토모티브시스템 지분 30%를 매각해 마련하기로 했다. 주주들의 의결권은 모두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래AMS와 에스트라오토모티브시스템의 전신은 한국델파이다. 이래CS는 2011년 한국델파이 지분 42.3%를 약 1900억원에 인수하고, 2015년 미국델파이가 가진 지분 50%까지 사들인 뒤 공조사업(에스트라오토모티브시스템)과 전장부품 등 기타 사업(이래AMS)으로 회사를 나눴다.
이래CS는 올해 말까지 이래AMS와 에스트라오토모티브시스템의 매각을 주도적으로 진행한다. 다만 에스트라오토모티브시스템 지분 매각은 지분 70%를 가진 최대주주인 상하이HT홀딩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올해 매각에 실패하면 처분권은 채권단에 넘어간다. 이래CS가 매각할 예정인 두 회사의 지분 가치는 1000억원대로 거론된다.
이래CS는 1976년 설립돼 경남 김해와 대구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동차 부품사다. 한국GM의 1차 협력사로 2016년엔 연결 기준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건실한 중견기업이었다. 하지만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며 이래CS는 직격탄을 맞았다.
경영권 분쟁도 벌어졌다. 이래CS의 기존 최대주주와 재무적투자자(FI)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자베즈파트너스의 사이가 틀어졌다. 이래CS가 한국델파이 인수를 위해 자금을 유치할 당시 약속했던 기업공개(IPO)에 실패하자 자베즈가 주주권 행사하기 시작하면서다.
분쟁이 이어지던 중 이래CS의 최대주주는 2022년 12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풋옵션과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자베즈는 이듬해 1월 주주지위확인 가처분 소송에서 약 68%의 의결권을 인정받았다. 김용중 전 회장 등 기존 최대주주의 지분률은 8.9%로 떨어졌다. 경영권 분쟁에선 승기를 잡았지만 자베즈는 펀드의 단독 출자자인 총회연금재단과의 입장 차이로 펀드 운용사(GP) 자격을 빼앗겼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총회연금재단은 현재 이래CS의 사실상 최대주주가 됐다.
이래CS, 작년 역대 최대 영업이익 거둬
이래CS의 관계인 집회는 오는 22일 열린다.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채권단의 의사도 어느 정도 반영됐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으면 관계인 집회에서도 회생계획안이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최대주주인 김 전 회장 측이 반대할 명분도 크지 않다. 당초 회생계획안엔 기존 최대주주인 김 전 회장이 가진 지분을 무상감자하고, 채권단이 출자 전환하는 방안까지 거론됐지만 최종적으로 이는 회생계획안에 담지 않았다.회생계획안이 통과되면 이래CS는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래CS는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980억원에 영업이익 98억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이익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한국GM의 주력 차종인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판매 호조가 이래CS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2022년 기존 경영진이 맺은 장기 부품 공급 계약도 실적 향상의 밑바탕이 됐다. 연결 기준으로는 7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래CS는 올해 별도 기준 매출 1150억원, 영업이익 12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양산 2년차에 접어들어 생산이 확대되는 만큼 부품 수요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즈베스키스탄 등 해외 사업도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정관리 체제에선 법원이 관리인으로 선임한 최칠선 대표가 회사 경영을 맡아 이끌어 갈 예정이다. 최 대표는 1987년부터 이래그룹에서 일한 정통 '이래맨'이다. 이래CS와 이래FR, 이래AMS 사장을 지냈다. 2022년 1월 회사를 떠났다가 지난해 1월 회사에 복귀했다. 최 대표는 경영권 분쟁 과정 중 김 전 회장 측에 고소를 당하기도 했지만 최근 경찰 수사 단계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