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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1억, 저는 3600만원 물렸어요"…씨엔알리서치 가보니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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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여기 주식 투자 경력 17년 5개월의 ‘개미’(개인투자자)가 있다. 그는 인천 백령도 군 복무 시절 주식 관련 책을 즐기다가 대학생 때 ‘초심자의 행운’으로 100% 이상 수익률을 맛본 뒤 상장폐지부터 전문가 단톡방 사기 등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은 ‘전투개미’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다’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편집자주>


“지난해 말 미국과 태국에 해외법인을 설립했습니다. 한국 1호 임상시험수탁회사(CRO)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올해 25% 이상의 매출 증가에 도전하겠습니다.”


윤문태 씨엔알리서치 회장(72세)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씨엔알리서치는 1997년 설립된 CRO로 2021년 12월 17일 코스닥 시장에 스팩(엔에이치스팩17호) 합병 상장했다. 국내 최다인 1800건 이상 임상시험 수행 경험과 5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의사, 약사, 간호사)을 보유한 국내 CRO 1위다. 여성 직원 비율이 80% 이상으로 자율출퇴근제 등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좋은 회사로 평가받는다. 2022년엔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씨엔알리서치는 지난달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서 시행한 혁신형 CRO 인증 평가에서 ‘임상시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데이터 관리·통계 분석’ 부문 평가에서 역대 최고 점수를 받았다. 매출도 2019년 272억원에서 2022년 485억원으로 78.31% 뛰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393억원, 영업이익 36억원으로 기세가 좋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이 예상되는데, 올해도 신기록에 도전한다.


본사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로 412 씨엔알빌딩(지하 1층~지상 6층)에 위치했다. 지하철 2호선 선릉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8분 거리에 있다. ‘온 가족이 물렸어요’란 20대 독자의 제보를 안고 회사를 방문했다. 이 독자는 2021년 10월부터 첫 매수를 시작해 현재 주식 잔고엔 2127원에 산 1만6965주가 있다. 총 매수 금액은 3600만원 정도인데 1500만원 넘게 손실 중이다. 12일 종가(1236원) 기준 2년 3개월 만에 41.89% 떨어졌다. 그는 “‘한국 신약 개발 도우미’ ‘AI(인공지능) 신약 시대 주도주’를 예상하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추천했으나 시장에서 소외돼 힘들다”고 토로했다. 특히 부친은 1억원 넘게 투자해 손해가 심하다고 했다.


신약 개발은 통상 10~15년 걸린다. 이때 임상시험은 신약 개발을 위한 허가용 임상(임상 1~3상)과 시판 후 조사 등과 관련된 비허가용 임상(임상 4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씨엔알리서치의 경우 임상 컨설팅부터 대상자 수 산출, 프로토콜 개발(임상시험 계획서 개발), 임상시험의 수행, 데이터 관리, 통계 분석, 결과보고서, 인허가 등 전 영역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임상시험 수탁 과정은 연구자 선정, 임상시험 계획서, 임상시험 신청(IND), 임상시험 운영, 데이터 관리 통계분석, 결과보고서 작성, 품목허가(NDA)로 구분된다.


윤 회장은 올해 사업 계획에 대해 “주요 계열사인 임상시험 검체 분석 전문기업 지씨씨엘(지난해 3분기 기준 지분 25.6%)과 영상 센트럴 분석 기업인 트라이얼인포매틱스(지분 47.31%)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답했다. 본업 경쟁력은 강화하고 신사업에 힘을 줘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에 신규 수주 잔고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483억원에 달한다. 시가총액(678억원)의 2배가 넘는다.


또 “현재 10%가 안 되는 글로벌 매출 비중을 2030년 30%까지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CRO 시장은 2022년 기준 663억달러(약 87조원)로 국내 시장(7억6000만달러)의 80배가 넘는다.


윤 회장은 2017년 세운 씨엔알헬스케어글로벌을 통해 신흥국 점유율을 높이고, 미국과 태국 외 5개 법인을 더 세워 선진국 시장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글로벌 CRO 톱10이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산업이다”며 “임상 무대를 넓혀 퀀텀 점프를 하겠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국내 CRO 선두로서 사업 경쟁력도 계속 강화할 예정이다”며 “국내 대표 비임상 전문 CRO 바이오톡스텍과 서울의대 임상약리학 연구실을 출신으로 한 에이페이스와 신약 개발 전주기 컨설팅 서비스 기업 에이비씨바이오사이언스(지분 65%)를 지난해 3월 설립했다”고 했다. 이를 통해 보다 전문적인 임상 전략적 서비스와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엔드 투 엔드 서비스(산업 생태계 구축)로 나아가려 한다”며 “지씨씨엘, 트라이얼인포매틱스와 협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수준의 임상 퀄리티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씨씨엘은 ‘2023 아시아태평양 바이오분석 톱10 기업’에 선정됐고, 트라이얼인포매틱스 자회사인 트라이얼이미지(이미징 CRO)도 ‘2023 아시아태평양 우수 임상시험 서비스 기업’으로 뽑혀 우수한 경쟁력을 자랑한다.


윤 회장의 장남인 윤병인 부사장은 “임상 퀄리티에 IT 솔루션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IT 솔루션을 자체 개발해 비용을 절감하고 사용 편의를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임상시험 전자 데이터 수집 시스템 ‘보임(BOIM)’을 내놨고, 지난해 말 서울아산병원 임상시험센터와 사용협약식을 맺었다”고 강조했다.


윤 부사장은 “임상시험 자동화 플랫폼인 아이엠트라이얼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며 “국제임상표준(CDISC) 기준에 맞춰 치료영역별로 데이터를 표준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디지털화를 통해 신약 개발을 촉진하는 플랫폼이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기술력을 인정 받아 특허로 등록됐다.


총 주식 수는 5485만2263주다. 윤문태 회장 외 4인이 지분 66.3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외국인 지분율은 0.28%로 유통 물량은 30%가 조금 넘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2억원이다. 본사 건물은 장부가 기준 300억원이다. 부채비율은 76.75%에 그친다.


주가 부양책을 검토하고 있을까. 윤 회장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데 집중하겠다”며 “올해 글로벌 도약 원년이라는 큰 틀에서 성장과 내실 두 토끼를 잡겠다”고 말했다. 이어 “적극적으로 IR·PR 활동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일각서 ‘증여·상속 때문에 주가를 의도적으로 누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런 일은 없다”고 답했다. 씨엔알리서치의 주가는 2021년 5월 31일 4243원을 기록한 후 70.87% 떨어진 상태다. 지난 1년간 1100~1500원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유통 물량도 적은 편이라 최근 5일간 하루 평균 거래량은 5만1740주에 그친다. 금액으로 환산 시 하루 1억원도 거래가 안되는 셈이다.



씨엔알리서치는 어떻게 돈을 벌까. 고객사(위탁자)가 임상시험 수행을 의뢰하면 씨엔알리서치(수탁자)는 임상 과제를 수행하게 되는데, 업무의 진척도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게 된다. 과제 진행률에 기반해 매출을 인식하는 셈이다.


한편 주요 계열사인 지씨씨엘은 2019년 설립됐는데, 씨엔알리서치가 지분 25.6%를 들고 있다. 지씨씨엘은 제약사·바이오 벤처들이 신약을 개발할 때 유효성 및 안전성 평가를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 발생하는 검체(혈액, 소변 등)를 분석하는 임상시험 검체 분석기관이다. 본사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용구대로 2469번길 15에 있다. 씨엔알리서치 본사에서 자동차로 40분~1시간 거리에 있다. 윤병인 부사장은 지씨씨엘 경영관리실장도 맡고 있다.


지씨씨엘의 뿌리는 1982년에 설립된 GC녹십자의료재단이다. GC녹십자의료재단은 진단검사 분석기관인데, 임상시험 검체 분석에 대한 규모가 커지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GCLP라는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것에 맞춰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씨씨엘이 설립됐다.


이곳에서 만난 양송현 지씨씨엘 대표이사는 “우린 R&D(연구개발) 기능을 바탕으로 바이오의약품 또는 바이오마커(몸속 세포나 혈관, 단백질, DNA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 분석을 위한 분석법 개발 및 검증이 가능하다”며 “초기 임상을 위한 바이오 분석 서비스 또는 후기 임상과 대규모 과제를 위한 센트럴 랩 서비스 기능만 수행하는 다른 기관과 달리 임상시험 전 주기 분석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글로벌 시장 적극 진출과 R&D 서비스 확장에 주력하겠다”며 “3년 안에 상장도 추진해 성장 가속페달을 밟겠다”고 말했다. 이 경우 지분 25.6%를 들고 있는 씨엔알리서치의 기업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지씨씨엘은 전세계 350여개 파트너사들과 거래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 온라인 플랫폼인 ‘G-HUB’가 있다. 특히 전국 57개 영업소 물류망을 이용한 24시간 바이오 콜드체인이 강점이다. 해외 과제 검체 운송 경험도 상당하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약회사나 바이오벤처 등의 의뢰를 받아 임상시험의 진행과 컨설팅 등을 수행하는 회사인 만큼 임상이 활발해져야 씨엔알리서치 실적이 좋아진다”며 “작년까지 고금리 상황에서 바이오 기업들의 임상 진행은 부담이 컸는데, 금리 인하 사이클로 진입하게 되면 임상 진행이 속도를 내게 돼 투자에 긍정적인 요인이 된다”고 했다. 다만 “창업자인 윤 회장의 나이를 고려할 경우 증여·상속 이슈가 몇 년 안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주가 상승에 제한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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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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