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는 더 이상 도박의 성지가 아닙니다. 공연과 스포츠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어요.”
6일(현지시간) 도심에서 만난 승차공유 서비스 리프트 기사 제임스는 “덴버에서 10년 전 라스베이거스로 이사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도시가 눈부시게 성장했고,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지난 수년간 도시 곳곳을 누비며 이런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9일 개막하는 ‘CES 2024’를 앞두고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 중 하나는 ‘스피어’다. 높이 111m, 지름 157m의 초대형 돔형 건축물로 작년 9월 개장과 함께 도시의 랜드마크로 거듭났다. 스피어에선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록밴드 U2의 공연도 열리는 등 이날 스피어 앞에서 만난 에릭 핸더슨 부부는 “스피어를 보기 위해 세크라멘토에서 왔다”며 “듣던 대로 엄청난 크기에 놀랐다”며 사진 촬영을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감동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세부적인 내용을 찾아보지 않았다”며 “저녁에 볼 예정인 영화 ‘지구에서 온 엽서’가 너무나 기대된다”고 말했다. 브라질에서 온 리자는 “그동안 라스베이거스를 몇 번 와봤지만 스피어는 처음 본다. 너무나 크고 아름답다”며 “이곳은 올 때마다 새로운 볼거리가 생겨 질리지 않는다”고 감탄했다.
이곳 상인들은 다음 주 CES에 이어 다음 달 11일에 열리는 NFL(미국축구리그)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에도 한껏 기대를 걸고 있다. 슈퍼볼은 미국 인구의 3분의 1인 1억명이 시청하는 미국 최대 스포츠 경기다. 홈구장 앨리자이언트 스타다움은 3년 전인 2020년 완공됐다. 뉴욕뉴욕호텔 식당에서 만난 직원은 “도시가 스포츠 메카로 거듭나기 위해 19억달러(2조4000억원)를 투입해 경기장을 짓고, 오클랜드에 연고를 둔 레이더스를 라스베이거스로 유치해왔다”며 “다음 달 슈퍼볼을 보기 위해 30만명이 이곳을 찾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스포츠 메카’를 향한 라스베이거스의 추진력은 작년 11월에 이미 입증됐다. 세계 최대 모터스포츠 경주인 ‘포뮬러원(F1) 그랑프리’를 도심에서 개최하며 ‘흥행 잭팟’을 터뜨린 것이다. 대회가 열린 3일간 30만여명이 몰려들어, 12억달러(1조5600억원)를 벌어들였다.
라스베이거스는 미식축구와 F1 외에 야구로도 손을 뻗치고 있다. MLB(메이저리그)는 작년 4월 구단주 총회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야구팀의 라스베이거스 연고지 이전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애슬레틱스는 오클랜드와의 홈구장 임대 계약이 끝나는 내년 말 라스베이거스로 연고지를 옮길 예정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야구팀 유치를 위해 스트립 지역의 부지 19만㎡ 매입을 완료했다. 현재 트로피카나호텔이 있는 노른자 부지다. 이곳에 2027년까지 개폐형 지붕을 갖춘 새 구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여행업계에선 카지노와 호텔, 공연장, 스포츠 경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한 라스베이거스에 앞으로 더 많은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도시를 방문한 이들은 3880만명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0.5% 증가한 수치다. 라스베이거스 내 호텔 평균 점유율은 79%로 미국 전체 평균(63%)을 크게 웃돈다. 스피어 개장, F1 그랑프리 개최, 3700개 객실을 갖춘 퐁텐루 라스베이거스 호텔 개장 등 각종 호재가 터진 작년 관광객 수는 2022년보다 많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라스베이거스는 작년 한 해 동안 호텔 등 관광 인프라 개발에 32억달러(4조2000억원)를 투입했다”며 “과감한 투자를 통한 스포츠, 공연 인프라 확충이 카지노와 컨벤션에 의존했던 10년 전 라스베이거스가 오늘날에도 세계 최고 관광지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