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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나치의 악독함도 소년들의 유대와 사랑을 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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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에서는 한창 영화배우 겸 감독인 조지 클루니가 연출한 영화 ‘더 보이즈 인 더 보트(The Boys In the Boat)’가 인기다. 지난해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개봉한 이 영화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웅 서사를 따랐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6년 미국 서부의 노동자 출신 소년들이 베를린 올림픽에서 만들어낸 기적을 소개한다. 가난과 역경을 딛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던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소년들의 희망 스토리가 펼쳐진다.

영화 ‘더 보이즈 인 더 보트’는 논픽션 작가 대니얼 제임스 브라운이 쓴 동명의 책이 원작이다.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미국 서점가에서 2013년 처음 출간된 원작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는 “영화를 보고 난 뒤 책을 사서 읽고 있다”는 댓글이 여럿 올라왔다.

“네가 다른 친구들을 진정으로 믿기 시작하면, 상상했던 것 이상의 힘이 네 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야. 때로는 이 지구를 벗어나 별들 사이에서 노를 젓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수도 있어” “양보하고, 인내하고, 배려하고, 수용하는 능력은 모든 힘의 원천이야” 등 책에 나온 문장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서 입소문을 내는 독자도 있다.


<더 보이즈 인 더 보트>는 주인공 ‘조 랜츠’를 중심으로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조정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아홉 소년의 극적인 삶을 재현한다. 베를린 올림픽은 가장 불명예스러운 ‘정치 올림픽 게임’으로 불린다. 개최지 선정부터 폐막식에 이르기까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던 논란의 올림픽이었다.

독일 나치는 체제 선전을 위해 올림픽을 이용했고, 올림픽을 통해 제국주의 팽창 야욕을 드러냈으며,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의 발판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가운데서도 감동적이면서 숭고한 경기가 있었으니, 8월 14일 베를린 그뤼나우 조정경기장에 열린 ‘에이트 종목’ 결승전이다.

1930년대에 조정 경기는 인기 종목이었고, 히틀러와 선전부 장관 괴벨스를 비롯해 나치 정권의 주요 인사들이 관중석에서 독일팀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기에서 미국팀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미국팀 선수 9명 모두가 시애틀의 빈민촌 출신이라는 점이다. 벌목꾼의 아들, 조선소 노동자의 아들 그리고 농부의 아들로 구성된 미국팀이 히틀러를 위해 죽을힘을 다해 노를 젓던 독일팀을 꺾었다.

논픽션 작가 브라운은 1936년의 역사적 사건을 소환해 인내와 용기 그리고 진정한 팀워크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조정 경기에서 배에 앉아 있는 8명의 선수는 키잡이의 구호에 의지해 한마음으로 열심히 노를 저어야만 한다. 결승선이 보이지 않지만 서로 의지하고 협력하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팀워크 경기가 조정이다.

의지할 가족뿐 아니라 꿈도 희망도 없던 10대 소년들이 한 팀이 돼 힘차게 노를 저었다. 격렬하게 노를 저을 때 물살을 가르며 배가 앞으로 치고 나가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책은 충실한 문헌 조사와 내밀한 인터뷰를 통해 1930년대의 역사 한가운데로 독자들을 데려다 놓는다. 절망 가운데서도 희망을 써 내려간 사람들의 이야기에 덩달아 가슴이 벅차오르며 감동 실화의 힘이 느껴진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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