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벽에 쌀을 보내니 어려운 분들께 잘 전해주세요."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새해 첫 근무일인 지난 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월곡2동 주민센터에는 이러한 내용의 한 익명의 전화가 왔다.
이 주민센터에는 2011년부터 해마다 이런 짤막한 내용의 기부 예고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 매해 예고된 날짜가 되면 어김없이 20㎏짜리 쌀 300포대를 실은 트럭이 도착했다.
월곡2동의 한 직원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천사가 쌀을 보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다"면서 "전화를 받고서 어려운 상황에도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는 것에 대한 존경과 감사 그리고 천사의 안부를 확인하게 돼 안도하는 마음마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의 기부 천사가 쌀을 보낸 것은 올해로 14년째다. 여태 보낸 쌀은 4200포로, 총 84t이다. 구 관계자는 "시가 2억7700여만원에 이르는 규모"라고 했다.
구는 천사의 쌀 300포대를 실은 트럭을 맞이하고 쌀을 내리는 일은 이제 월곡2동의 연례행사가 됐다고 전했다.
해마다 천사의 쌀이 도착하는 새벽이면 월곡2동주민센터 앞은 공무원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 산책하던 주민, 군인 등이 일렬로 서서 쌀을 나르는 따뜻한 모습이 펼쳐진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물가 급등, 경기침체로 소외이웃이 더욱 큰 고독감 속에서 지내는 상황"이라며 "월곡2동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소외이웃에게 마음 따스한 이웃이 있다는 정서적 지지 감을 안길 뿐 아니라 도움을 받은 사람이 다시 다른 이를 돕는 선행의 선순환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천사의 뜻을 잘 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