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원금손실 폭탄'이 시작된 홍콩H지수 기초자산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본격적인 현장검사에 나선다.
금감원은 오는 8일부터 홍콩H지수 기초자산 ELS 주요 판매사 12곳에 대해 순차적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
금감원은 업권별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은행)과 한국투자증권(증권사)을 시작으로 이달 중 기타 10개 주요 판매사에 대해서 신속하게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감원의 '검사'는 조사와 달리 징계 등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치 등이 동반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주요 12개 판매사를 대상으로 현장·서면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일부 판매사에서 ELS 판매 수수료 수익 증대를 위해 자체적으로 한도를 올린다거나, ELS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직원에게 성과지표(KPI)를 높게 줘 판매유인을 높이는 등 관리체계상의 문제가 발견됐다. 계약서류 미보관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검사에서 ELS 판매과정에서의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규 위반여부와 함께 판매 한도관리 등 전반적인 관리체계에 대해 심층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불완전판매' 여부를 들여다보고 관련 사실이 발견될 경우 배상기준 등을 신속하게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판매사들이 상품을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실효성 있는 설명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면피성, 형식적인 절차만을 준수하고 적합성 원칙을 실질적으로 준수하지 않았다면 책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LS는 만기 때 기초자산 가격이 계약 시점보다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을 주는 파생상품이다.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초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이번 ELS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기업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홍콩H지수를 기반으로 한다. 문제는 2021년 상반기 1만2000대를 등락하던 지수가 현재 5600대로 반토막이 나면서 대부분의 상품이 손실 구간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홍콩H지수 기초 ELS 총 판매잔액은 19조3000억원이다. 이중 지난해 9월 기준 6조2000억원가량이 원금 손실 구간에 빠진 것으로 추산된다. 65세 이상 고령투자자에게 판매한 금액도 5조4000억원이나 된다. 전체 판매잔액의 30.5%다. 90세가 넘는 초고령층 투자자 22명에게 판매한 잔액도 90억8000만원이었다.
올 상반기 만기 도래 규모는 9조2000억원이다. 당장 이달 중 만기를 맞는 규모만 8000억원에 이른다. 지난 5일부터 손실액 확정 사례가 순차적으로 나오고 있다. 은행권의 홍콩H지수 ELS 계좌당 평균 판매 금액은 약 6400만원으로 추산된다. 2021년 상반기에 은행에서 H지수 ELS 상품을 샀다면, 한 사람당 최소 수천만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박충현 금감원 H지수 ELS 대응 TF팀장(은행담당 부원장보)은 "고객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영업행태 등 위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며 "이번 현장검사에서 관련법상 판매원칙에 대한 실질적 준수가 있었는지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