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로 얼룩졌던 서울 종로구 경복궁 담장이 응급 복구를 마치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훼손된 경복궁 담장을 복구하는 데에 쓴 물품 비용만 2200만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4일 오전 문화재청은 경복궁 일대에 설치했던 가림막을 걷고 복구 작업을 마친 담장을 공개했다. 낙서로 훼손된 후 가림막을 설치한 지 19일 만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훼손된 담장 구간은 영추문 좌·우측 12.1m,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일대 24.1m로 총 36.2m에 달한다. 국립문화재연구원과 국립고궁박물관 소속 보존 처리 전문가들은 낙서 제거 작업을 위해 스팀 세척, 레이저 클리닝 등 화학적 방법과 물리적 방법을 모두 동원했다.
전문 장비를 빌리는 데 946만원이 쓰였으며 작업에 필요한 방진복, 장갑, 작업화 등의 용품 비용으로는 1207만원이 든 것으로 집계됐다.
인건비를 포함한 전체 복구 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강추위로 작업이 중단된 기간을 제외하고 총 8일간 234명이 복구 작업에 투입됐다. 하루에 29.3명 꼴로 낙서 흔적을 지우는 데 힘 썼다.
복구 비용은 처음 낙서를 남긴 10대 남녀와 이어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20대 등 3명에게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경복궁 측은 법무법인에 자문해 손해배상 청구 절차, 인건비 계산 범위, 비슷한 사례나 판결 결과 등을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담장의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 흔적은 모두 지워내 현재 일차적인 작업은 일단락된 상태다. 문화재청은 추후 담장 표면 상태를 점검하고 보존 처리할 계획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응급 복구 위주로 작업이 이뤄졌으며 현시점의 공정률은 80%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날 문화재청은 경복궁을 비롯한 4대 궁궐, 종묘, 조선왕릉 등 주요 문화유산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대책을 함께 발표했다. 창덕궁 21대, 창경궁 15대, 덕수궁 15대, 종묘 25대, 사직단 14대 등까지 포함하면 2025년까지 주요 궁궐, 종묘, 왕릉에 총 110대의 폐쇄회로(CC)TV를 설치할 전망이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