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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비상장 투자시장의 화두는 ‘역대급 할인’이다. 중소기업·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투자자에게는 유망 스타트업의 지분을 싸게 살 기회라는 의미다.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등 전통적인 회수 시장에 대한 전망도 지난해보다 긍정적이다. 기존 벤처펀드가 투자한 스타트업 주식이나 펀드 지분에 투자하는 세컨더리 시장이 벤처캐피털(VC)의 새로운 출구로 부상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3일 국내 주요 VC 및 액셀러레이터 대표·파트너 33명을 대상으로 ‘2024 한경 벤처시장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54.5%는 올해 IPO 시장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봤고, 36.4%는 지난해보다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M&A 시장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57.6%)나 지난해보다 좋을 것(33.3%)이란 전망도 비슷하게 나왔다.
비상장사의 구주에 투자하는 세컨더리 시장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벤처 회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1조5000억원 규모 세컨더리펀드 결성이 올해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만기가 도래한 벤처펀드를 운용하는 VC는 투자한 스타트업의 IPO가 막히더라도 이를 세컨더리펀드에 팔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세컨더리펀드 운용사는 싼값에 알짜 스타트업 주식을 사들일 수 있다.
벤처투자사 대표·파트너 10명 중 9명이 올해 투자 한파가 끝날 것이라고 봤지만, 시장에 대한 우려가 가셨다고 보긴 힘들다. 금리 인하 여부가 벤처투자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변수다.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된다면 벤처투자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설문 응답자들이 꼽은 올해 가장 주목하는 이벤트는 금리 인하(57.6%)였으며 세컨더리 시장 활성화(48.5%), 빅테크의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48.5%) 등이 뒤를 이었다.
생성 AI는 현재 가장 고평가된 분야(응답자의 54.5%)로도 거론됐다. 2차전지(48.5%), 로봇(36.4%), 커머스(27.3%), 팹리스 반도체(24.2%), 바이오(18.2%) 등 최근 1~2년 사이 투자금이 많이 몰린 분야도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나왔다.
미국 집중 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최근 시장의 트렌드 중 하나다. 지난해 동남아시아 등으로 관심이 분산된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미국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비중은 복수 응답을 포함해 75.8%에 달했다. 일본(42.4%)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한국(39.4%), 동남아(30.3%), 인도(24.2%) 등 신흥국 벤처투자 시장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벤처투자 업계는 스타트업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개인 등 민간 출자자 혜택 강화 △출자자 세제 혜택 일원화 △해외투자·해외 출자자 모집 규제 완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제도화 △모태펀드 예산 확대 등을 요구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의료 법률 핀테크 모빌리티 플랫폼 관련 규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