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건축·재개발 조합장을 새로 뽑는 사업지에서 ‘월급 삭감’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계속되는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성이 낮아진 곳이 늘어 높은 연봉의 조합장에 대한 불만이 커진 것이다. 새로 조합장 선거에 나선 후보가 비용 절감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억대 연봉’을 자랑하던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은 오는 10일 새 조합장을 선출한다. 앞선 조합 집행부가 재신임에 실패해 새 조합장 후보가 경쟁에 나선 것이다. 조합장 후보는 일제히 ‘연봉 삭감’을 주요 공약으로 내놨다. 과거 ‘사업성 향상’이나 ‘고급화 설계 적용’ 등을 내세우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한 조합장 후보는 월 1000만원 수준인 조합장 월급을 상근이사 수준인 200만원으로 낮추겠다고 제안했다. 다른 후보는 월급을 50% 삭감한 뒤 사업 진행 속도에 따라 추가 반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조합장의 외부 활동을 위해 지원하던 고급 승용차도 후보 모두 매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한 조합원은 “후보 모두 조합 사무실을 줄여서라도 사업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냈다”며 “전임 집행부의 사업비 지출에 불만이 있는 조합원이 많았던 게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 정비사업지도 마찬가지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재건축 조합은 최근 선거를 앞두고 조합장 후보가 자진해 월급 삭감 공약을 내걸었다. 연 8000만원 수준인 임금을 반으로 줄이고 사업비 지출도 거의 없애겠다고 한 것이다. 서울 노원구의 재건축조합 추진위원장도 추진위원에게 사비를 들여 남은 일정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정비업계에선 최근 늘어난 공사비 부담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조합원이 내야 하는 분담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그간 사업 추진을 대가로 묵인해 온 높은 조합장 임금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업 부진을 이유로 해임되는 조합장이 늘어나고 있다. 노원구 월계동신에서는 공사비 증액 협상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조합원이 조합장 해임총회를 발의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삼익 재건축도 일부 조합원의 반발이 계속되자 조합장이 자진해서 사퇴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젠 청산을 늦추며 조합장이 월급을 계속 받던 관행도 고발 대상이 됐다”며 “당장 매달 분담금이 불어나는 상황에서 조합원이 불합리한 관행을 묵인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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