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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플레이션 완화 속도는 예상보다 느렸습니다.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효과를 반감시킨 영향이 가장 컸습니다. 초과저축은 동나지 않았고 뜨거운 노동시장도 식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오래동안 꿈꿨던 피벗도 없었습니다.
올해는 어떨까요.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입니다. 다만 그 속도에 대해선 간극이 너무나 큽니다. Fed는 올해 3회 정도의 금리 인하를 시사했습니다. 이에 비해 시장은 6회 이상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괴리를 중심으로 새해 첫째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파월이 6개월을 강조하는 이유
Fed의 예상이 맞는다면 인플레이션은 서서히 둔화하고 미국 경제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큽니다. 시장의 기대가 현실화한다면 인플레는 급격히 둔화하고 미국 경기는 빠르게 식을 공산이 큽니다. 파월 의장은 당연히 전자를 지지합니다. 그렇다면 금리 인하 횟수는 3회 정도이고 피벗 시기는 하반기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벌써부터 금리 인하를 얘기하는 건 빠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 논의가 있었다는 얘기를 처음 꺼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들어 인플레가 진전됐다는 발언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거론하지 않던 6개월 인플레 데이터를 자주 언급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1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스펠만 대학에서 열린 헬렌 게일 총장과의 대화에서 "지난 10월까지 6개월 넘게 근원 (PCE) 인플레이션이 연율 환산 기준으로 2.5% 수준을 지속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같은달 13일 있었던 FOMC 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 진전이 있었다는데 회의 참가자 간 이견이 없었다"며 "특히 최근 6개월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그렇다"고 했습니다.
실제 변동폭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PCE 물가의 6개월 변동폭(연율 기준)은 3년여 만에 Fed 목표치(2%)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11월 근원 PCE 가격지수(120.09)는 6개월 전인 5월 PCE 지수(118.984)보다 0.93%가량 올랐습니다. 이 수치를 연간 상승률로 환산하면 1.87%(복리 기준)입니다. 연율로 환산한 6개월 PCE 상승률이 Fed의 인플레 목표치인 2%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0년 9월(1.5%) 후 3년2개월 만의 일입니다.
파월 의장의 말대로 인플레 종착역에 가까운 라스트 마일에선 물가상승률이 낮아집니다.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게 연율 기준으로 환산한 6개월 인플레 수치입니다. 그걸 언급하는 횟수가 많아진다는 건 조기 금리 인하를 원하는 시장 기대를 키울 수 있습니다.
트럼프 상승세 이어질까
올해 최대 관전포인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여부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판판이 깨고 있습니다. 다만 염두에 둬야 할 점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여론조사 추이는 늘 변했습니다. 지난해 1년치만 봐도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엎치락뒷치락했습니다. 대략 3개월 단위로 두 사람의 지지율이 엇갈렸습니다. 1월부터 4월까지는 바이든 대통령이 앞서다 4월에 트럼프에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그러다 7월께 다시 바이든 대통령이 재역전했지만 10월에 양상이 달라지더니 11월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승가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입니다. 여론조사의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이 우세로 나오는 조사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집토끼 때문입니다. 젊은층과 히스패닉과 흑인, 이민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전쟁과 경제가 주요 요인입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어서 쓸 카드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많이 남아 있습니다. 집토끼가 등을 돌린 배경을 바로 잡고 상대방의 리스크를 키우는 형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경제를 살리고 두 개의 전쟁 영향력을 줄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금리를 인하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 노동시장 정상화되나
이번 주는 미국 고용의 시간입니다. 미국 노동시장도 조금씩 식고 있다는 게 시장 컨센서스입니다. 3일부터 5일까지 차례대로 공개되는 구인 이직(JOLTs) 보고서와 ADP 고용보고서, 노동부의 고용보고서에서도 그런 흐름을 이어갈 지가 관심사사입니다.
3일에 나오는 구인 이직 보고서에서 11월 기업의 구인건수는 880만개로 전달(877만개)에 비해 크게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뭐니뭐니해도 5일에 발표되는 12월 고용보고서입니다. 3대 관전포인트는 신규 일자리, 실업률, 임금상승률입니다.
11월 신규 일자리는 19만9000개 늘었습니다. 15만개 정도였던 이전 증가폭에 비해 조금 컸습니다. 자동차노조와 할리우드 배우작가들이 파업을 마치고 일터로 복귀한 일시적 요인이었습니다. 12월 신규 일자리는 15만여개 정도로 기존 추이대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11월 고용보고서에선 신규 일자리보다 시장을 더 놀라게 한 건 실업률이었습니다. 10월에 3.9%에서 11월에 3.7%로 내려갔습니다. 이게 다시 3.8%로 소폭 올라갈 것으로 시장에선 내다보고 있습니다. 전월대비 임금 인상률도 11월에 0.4%에서 0.3%로 내려갈 가능성이 큽니다.
금리 인하 논의의 진실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13일에 있었던 12월 FOMC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으로 인해 올해 금리인하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가 확산됐습니다.
그러자 이틀 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가 진화에 나섰습니다.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금리인하에 관해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습니다.
그동안 한 목소리를 냈던 Fed 내 1인자와 2인자가 결이 다른 발언을 한 것입니다. 보기 드문 진풍경이었습니다.
그 진실의 한 단면은 12월 FOMC 의사록(3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의사록에도 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이 있으면 "Fed는 비둘기파"라는 시장의 확신이 더 강해지게 됩니다. 반대로 그러한 부분이 없으면 시장은 실망할 수 있습니다.
유럽 인플레 다시 튀어 오르나
이번주가 미국 고용의 시간이라면 유럽엔 물가의 시간입니다.
5일에 나오는 유로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에 불안감을 키울 수 있습니다. 11월에 전년 동기대비 2.4%까지 내려갔던 헤드라인 CPI 상승률이 3%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요인으로 인해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 상조로 여기고 있습니다. 다만 헤드라인 CPI 상승률이 다시 튀어오르는 건 시장에서 예견하고 있는 방향입니다. 다만 그 폭이 예상보다 크다면 유럽의 피벗 시기는 더 늦어질 전망입니다.
더 중요한 건 근원 CPI입니다. 유로존의 12월 근원 CPI는 11월 3.6%에서 3.4%로 내려갈 것으로 시장에선 내다보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완화가 주춤하는 양상은 미국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큽니다. 클리블랜드 연은의 인플레이션 예측 플랫폼인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은 12월 미국의 CPI 상승률(전년 동기대비) 전망치를 3.32%로 잡고 있습니다. 3.1%였던 11월 상승률보다 다소 올라간다는 예측입니다. 이에 비해 전년 동기대비 근원 CPI 상승률은 4%대에서 3%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미국의 고용과 유럽의 물가가 예상대로 나오느냐가 새해 첫주의 핵심 변수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피벗으로 가는 여정이 순탄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지만 그렇지 않다면 또다시 시장은 출렁일 전망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