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해상 통제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케네디 교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바다 위 긴장이 세계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가자지구 혹은 이스라엘로 들어가는) 공급품은 주로 트럭이나 열차 등으로 운송되지만 일부는 보스포루스 해협, 지중해, 홍해 등 바다를 통해 들어온다”며 “이스라엘 또한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전자 제품을 이 바다를 통해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바다 위 패권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케네디 교수를 만날 당시 예멘의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상선을 공격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후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는 민간 선박을 무차별 공격하면서 확전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물류비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케네디 교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후 곡물 가격이 치솟은 것도 예로 들었다. 흑해 항로가 막히면서 물류비가 폭등한 탓이다. 그는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상품의 90% 이상이 항공이 아니라 해상으로 운송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상 통제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던 것도 해군력 덕분이라고 짚었다. 미국이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을 당시 동맹인 영국은 해상에서 독일로부터 수없이 많은 공격을 당했다. 독일 유보트는 물자 수송을 담당하는 상선을 주로 노렸다.
미국이 참전하면서 해전 양상이 달라졌다. 미국은 에식스급(Essex class) 항공모함을 1943년 6월 처음 진수한 이후 거의 매달 한 척씩 전장에 투입했다. 또한 레이더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독일 해군 위치를 미리 포착하기 시작했다. 적의 동선을 파악하면서 전장에서의 승률도 올라갔다.
1945년에는 독일 해군을 거의 괴멸시켰으며, 미드웨이 해전 등을 통해 일본 해군에도 대승을 거뒀다. 일본은 미드웨이 해전 이후 함선을 수리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해군력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받았다. 케네디 교수는 “미국이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세계 바다를 지배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케네디 교수는 요즘 인도 연구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곧 인도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며 “과연 이들 3개 국가가 3극을 이룰지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