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청룡(靑龍)의 해다. 천간 갑(甲)이 양목(陽木)이어서 청색을 표상한다. 봉황·기린·거북과 함께 사령(四靈·네 가지 신령한 동물)의 하나인 용은 십이지 가운데 유일하게 상상 속 동물이다.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치고 큰 복을 가져다주는 상서로운 존재이자 권력과 명예의 상징이다. 십이지지의 다섯 번째 동물로서 음력 3월, 오전 7~9시, 동남방, 비옥한 땅, 우레, 장녀(長女), 물창고(水庫) 등을 표상한다. 그 성정은 종합적·융합적이며 변화, 예측불허, 새로움, 복고풍, 신용, 독단과 배타성, 중매, 중화(中和) 등의 의미를 내함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갑진년 대한민국은 변화무쌍하고 분주하며 매우 역동적인 한 해가 될 것이고, 그 속에서 국운을 한 차원 끌어올릴 새로운 일이 많이 생겨나고,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젊은 인재가 각 분야에서 많이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만물이 진동하고 펼친다는 뜻의 진토(辰土) 때문이다. 진토는 비옥하고 아름다운 기운이며, 하늘로부터 선택받은 길지(吉地)로서 사람이 노력한 만큼 결실을 거둘 수 있게 하는 복되고 귀한 땅이다.
올해 갑진년의 갑은 양목(陽木)이며 첫 번째 천간으로서, 모든 시작과 초봄의 용출(聳出)하는 힘을 상징한다. 갑목은 양기(陽氣)가 처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때이며 그 안에는 만물의 탄생과 성장 및 확장을 뜻하는 기운을 함축하고 있다. 그래서 갑목은 창생과 상승의 원리를 표상하며, 우레나 바람과 같은 성향이 있어서 현상 유지나 기득권 수호보다 개혁·변혁적인 면이 더 강하다. 그런데 갑진년의 갑목은 수생목(水生木)의 원리에 의해 자신의 힘을 온전히 구사하고 발휘하는 큰 나무가 됐다. 천간 갑목이 지지 진토에 뿌리를 내리고 진(辰)의 지장간(지지에 감춰진 천간)인 계수(癸水)의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새해에는 나라 안팎에서 예측불허의 많은 사건과 새로운 충격적인 변화가 있으리라고 예견된다. 아울러 부동산, 건축·건설업, 조림(造林)사업, 종교 및 예체능 관련 사업, 교육사업 등 진토의 특성과 유관한 업종이 활성화되고 대박을 터뜨리는 사람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중국 후한의 자전(字典)인 <설문해자>에 의하면 진(辰)은 ‘진동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사마천은 <사기> ‘율서’에서 “진은 만물이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고, 반고는 <한서> ‘율력지’에서 “진에서 아름다움을 펼친다”고 풀이했다. 그러니 올해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며, 그 내용이 불확실하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으로선 매우 긍정적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갑목이 진토라는 비옥한 땅에 굳건하게 뿌리를 박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천간 갑목이 지지 진토를 극해 명리학적으로 편재(偏財)가 되는 해다. 편재는 내가 극한 오행이면서 음양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재성(財星)으로서, 편법으로 얻은 재화나 부적절한 남녀관계 같은 것을 가리킨다. 그 특징은 물질주의적 사고, 속전속결, 현실 중시, 물리적 강제성과 향락주의에 있다. 풍류, 물욕, 횡재, 낭비, 투기, 도박, 사기, 방탕, 색욕, 통이 큼, 적극적 활동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편재 기운의 영향으로 올해는 생산적인 사업보다는 비생산적인 사업, 예컨대 증권, 복권, 코인, 도박, 유흥업, 고리대금, 관광업, 명품사업, 경매업 등이 활기를 띨 것 같다. 이와 같은 편재적 성격의 경제 활성화는 권력과 결탁한 횡령, 사기, 비리를 양산하고 양극화 현상을 고착화할 것이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탈법이나 도덕적 불감증이 더욱 심해져 사회 갈등의 치유와 통합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고 치정 스캔들이나 연예인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사고, 마약 관련 범죄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편재 기운은 4월의 22대 총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한탕주의·퍼주기 공약이 난무하고 정책 선거보다는 인기몰이를 위한 불법·탈법 선거가 유권자들의 건전한 비판의식과 전문가적 식견 및 공익 추구 정신이 실종되도록 만들 것이다. 정책과 비전보다 가짜뉴스나 선정적 포퓰리즘이 난무할 수도 있다. 그래서 22대 총선은 대한민국의 국운이 번창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중요한 가늠자가 아닐 수 없다. 갑진년은 과거의 잘못된 법이나 관행 및 악습을 과감하게 혁파해 특권 없는 사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는 복 받은 해다. 갑진년이라는 상서로운 천지의 기운을 품은 운세가 대한민국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갑진은 육십갑자를 오행으로 분류한 납음오행(納音五行)에서 복등화(覆燈火)가 된다. 복등화란 양(陽)의 세력이 천하에 빛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갑진년은 지난해 잘못된 일들을 과단성 있게 처리하고 국격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대교체 욕구가 더 강하게 일어날 것이고, 현역 정치인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지면서 애국심과 도덕심, 비전을 두루 갖춘 능력 있는 젊은 정치인이 대거 등장할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진토 속에 숨어 있던 황룡, 즉 어질면서도 능력을 완벽하게 갖춘 인물이 조금씩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천간 갑목이 생명력 강한 습토에 뿌리를 박고 있고, 옛 몸체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일을 도모한다는 뜻을 가진 지지 진토로 인해 매우 희망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법과 제도를 새롭게 바꾸고 정비해 국민 모두가 꿈과 희망을 갖고 사는 방향으로 말이다.
국운은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올해 윤석열 대통령은 여의주를 잃어버린 병든 용에서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청룡으로 변신하는 운세다.
<주역>으로 풀어보는 운세 또한 매우 길하다. 갑진년에 해당하는 주역의 41번째 괘 ‘산택손(山澤損)’은 다수의 무지와 횡포를 경계하는 괘로서, 지극한 정성과 믿음으로 중도(中道)를 행한다면 큰 이익을 얻게 된다는 괘다.
여기에서 요구되는 것이 ‘섬김의 리더십’, 진정성 있는 소통과 화해 및 포용의 정신이다. 이를 실천할 때 산택손 괘의 참뜻이 대한민국의 구체적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송인창 대전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