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를 찢어 화가 난다는 이유로 요양원에 입소한 노인들을 폭행한 원장 모녀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2부(박평수 부장판사)는 특수폭행과 노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40대 요양보호사 A씨와 그의 어머니이자 요양원 원장인 60대 B씨에게 각 실형 및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에 A씨는 징역 1년 4월을, B씨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A씨는 2021년 12월 27일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서 입소자인 피해자 C씨(84)가 용변을 본 기저귀를 손으로 잘게 찢어 바닥에 버린 것을 보고 화가 나 손과 휴대폰, 빗자루 등으로 C씨의 뒤통수 등 신체를 여러 차례 때린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총 24회에 걸쳐 피해자 7명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2021년 5월 17일 또 다른 피해자 D씨(80)가 소리 지른다는 이유로 D씨의 콧잔등을 손으로 꼬집는 등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시설은 치매·중풍 등 중증 노인성 질환으로 장기 요양 등급 판정을 거친 노인들을 위한 요양원으로 피해자들은 자신을 보호하거나 방어할 능력이 없으며 피해를 봤더라도 제대로 호소할 수 있는 능력도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 A씨는 힘없는 노인들을 장기간 일상적으로 학대하고 구타했다"며 "피해자들은 상당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일부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용서받았다"면서도 "초범인 점 등 모든 양형 요소를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