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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의 나스닥 지수가 세계 주요 주가지수 중 가장 좋은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정보기술(IT) 기업 주가가 급등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중국 주가지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 위기와 소비 둔화 등 악재가 겹치며 주식 시장이 위축된 탓이다.
올 초부터 지난 28일(현지시간)까지 미국의 나스닥지수 상승률은 44.22%를 기록했다. 2009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AI 열풍으로 IT주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결과다. 미 중앙은행(Fed)이 통화정책을 전환할 것이란 기대감도 지수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의 모엑스(MOEX) 지수도 올해 고공 행진하며 나스닥지수의 뒤를 이었다. 올 초부터 지난 28일까지 44% 상승했다. 모엑스 지수는 모스크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러시아 대표 지수로, 루블화로만 거래된다. 서방의 제재에도 중국과 경제 교류를 확대하며 에너지 판로를 뚫은 결과다. 올해 3분기 러시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5.5%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럽 신흥국 주가지수도 약진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우량주 25개로 구성된 BUX 지수는 올해 37.6% 치솟았다. 튀르키예 이스탄불 증권거래소 상장사 중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을 담은 BIST 지수도 34.26% 상승했다. 폴란드 바르샤바 증권거래소의 시총 상위 20대 기업으로 구성된 WIG20 지수는 31.49% 올랐다.
시장에선 헝가리와 폴란드가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보조금 경쟁으로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EU가 전기차(EV) 관련 보조금을 확대하면서 완성차업체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동유럽 투자를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튀르키예의 경우 지난 5월 재선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경제 개혁을 추진하며 외국인 투자 수요가 늘었다는 평가다.
세계 주요 주가지수 중 태국이 가장 하락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SET 지수는 올해 15.15%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대량 매도하며 나타난 결과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초부터 11월 말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태국 증시에서 56억달러를 매도했다. 아시아 신흥국 중 가장 큰 매도세였다. 시장에선 내수 시장이 빈약하고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허약한 탓에 태국이 성장 모멘텀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증시도 올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태국을 제외하면 세계 주요 주가지수 중 낙폭이 가장 컸다. 중국 증시의 주요 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지난 28일까지 항생지수 하락률은 13.95%를 기록했다. 선전종합지수의 하락률은 13.87%, 상해 종합지수는 3.94%를 찍었다. 부동산 위기를 비롯해 소비 둔화, 치솟는 청년 실업률 등 악재가 겹치며 불황에 빠졌다는 평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