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들(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은 저널리즘에 대한 뉴욕타임스(NYT)의 막대한 투자에 무임 승차하려고 한다”
NYT는 27일(현지시간) 자사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AI 기술 활용을 위해 자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을 펴며 이처럼 표현했다. 소송 결과는 신문 기사, 시, 시나리오 등과 같은 텍스트 콘텐츠뿐 아니라 각종 그림과 사진작가의 작품 등 이미지 콘텐츠 저작권 사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소송의 파급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반면 AI 업계에선 활용 콘텐츠를 제한할 경우 산업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저작권 가치 합의에 못 이른 듯
오픈AI는 그간 NYT를 비롯한 언론사들과 저작권 관련 계약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일부 언론사는 오픈AI와 저작권 관련 계약을 이미 체결했다. 오픈AI는 지난 7월 AP통신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데 이어 같은 달 지역 언론을 지원하는 기관인 아메리칸 저널리즘 프로젝트와 500만 달러에 저작권 계약을 성사했다. 다국적 미디어 그룹 악셀 스프링어와 뉴스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악셀 스프링어는 미국의 폴리티코와 비즈니스 인사이드, 독일의 빌트 및 디벨트 등의 매체를 보유한 미디어 기업이다.반면 NYT는 오픈AI와 저작권 관련 논의를 이어왔지만, 원하는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NYT는 고소장에서 지난 4월 MS와 오픈AI에 자사의 지적 재산 사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 상업적 계약과 생성형 AI 제품에 대한 ‘기술적 가드레일’을 포함한 원만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접촉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고 썼다.
이에 대해 오픈AI 대변인 린지 홀드는 “NYT와의 대화에서 건설적으로 전진해왔다”며 소송에 대해 “놀랍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MS는 논평을 거부했다.
AI는 언론의 경쟁자
NYT가 유독 저작권에 대해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그간 글로벌 미디어 가운데 선도적으로 콘텐츠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뉴스레터 도입 등 온라인 저널리즘을 통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쌓아온 콘텐츠를 오픈AI가 무단으로 활용하는 데 대해 더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NYT는 “오픈AI와 MS가 뉴욕타임스의 콘텐츠를 대가 없이 사용해 NYT를 대체하는 제품을 만들고 독자를 빼앗아 갔다”고 비난했다.
특히 NYT는 챗 GPT를 비롯한 AI 시스템을 뉴스 비즈니스의 잠재적인 경쟁자로 간주하고 있다. 챗봇이 시사 문제를 비롯해 기타 뉴스 가치가 있는 주제에 대해 저널리즘에 기반한 답변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NYT는 “독자들이 챗봇의 답변에 만족하고 NYT 웹사이트 방문을 거부하면서 광고 및 구독 수익의 기반이 되는 웹 트래픽이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NYT는 고소장에 사용자가 유료 구독을 해야 볼 수 있는 자사의 기사를 챗봇이 그대로 발췌한 사례를 몇 가지 언급했다고 밝혔다. 또 챗봇이 허위 정보를 NYT 출처로 제공해 브랜드에 잠재적인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산업 전반으로 우려 퍼져
오픈 AI와의 소송은 다른 산업으로도 번지는 중이다. 미국의 코미디언이지 배우인 세라 실버먼은 지난 7월 메타와 오픈AI가 자신의 회고록을 AI 프로그램의 학습 테스트로 활용했다고 두건의 소송을 시작했다. 소설가들도 AI시스템이 수만 권의 책을 활용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자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조나단 프랜즌과 존 그리샴을 비롯한 작가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신디케이트인 게티이미지는 시각 자료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소송을 시작했다. AI 업계 반발
이에 대해 AI 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월 벤처 캐피털 회사이자 오픈AI에 초기 투자했던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미국 저작권청에 보낸 의견서에서 “AI 기업이 저작권 책임에 노출되면 AI의 발전을 죽이거나 크게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다만 MS는 지난 9월 자사의 AI 도구를 사용하는 고객이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할 경우 이를 배상하고 관련 법적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