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의 지역’ 중동이 글로벌 허브 도시를 키우기 위해 인프라 확충과 주택 공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국영 부동산 개발업체 로신이 2030년까지 100만 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쿠웨이트 정부도 경기 분당신도시의 세 배 규모인 64.4㎢에 신도시를 짓고 있다.
26일 현지 건설업계에 따르면 사우디국부펀드(PIF)가 100% 지분을 보유한 로신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100만 가구를 공급하는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사업 규모는 1000억달러(약 1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로신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리야드 북부에 조성 중인 ‘세드라 커뮤니티 주택단지 조성사업’이다. 대지 면적 2000만㎡에 총 8단계로 나눠 3만여 가구를 공급하는 개발사업이다. 건설사업관리(PM) 전문업체인 한미글로벌이 2020년부터 1단계로 5000가구의 주택 및 인프라 건설 공사를 관리하고 있다. 세드라 주택단지는 ‘비전 2030’에 따라 친환경 설계와 에너지 효율을 고려해 설계됐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빗물 저장 시스템을 사용해 물을 절약하도록 했다.
경제 성장과 함께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중동 지역 주택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남새별 한미글로벌 중동 법인장은 “사우디 주택청이 공급한 공공주택이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삼은 것과 달리 로신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고급 공공주택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며 “세드라 커뮤니티 집값도 기존보다 2~3배 정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미글로벌은 쿠웨이트의 수도 쿠웨이트시티 인근 압둘라 신도시 개발 사업에도 참여한다. 양과 낙타 방목지로 사용 중인 대지(64.4㎢)에 24조원을 투입해 약 4만6000가구의 스마트시티를 짓는 사업이다. 2027년 1월까지 사업예산 수립부터 마스터 스케줄 작성, 사업정보 관리 시스템(PMIS) 구축 등 프로젝트의 종합 관리를 맡았다.
국내 기업이 중동 주택 시장에서 수주할 먹거리도 늘어날 전망이다. 에삼 모르시 세드라 프로젝트 총괄책임자(PD)는 “시공뿐만 아니라 PM, 감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기회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우디 시장은 로컬 기업과의 경쟁 등 어려움도 적지 않다”며 “로컬 기업 성장이 빨라지면서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야드=심은지/김소현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