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보며 소원을 빌어 나를 이끌어주고/ 두려움 없이 나아가게 해 달라고.”
내년 1월 3일 개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위시’(사진)의 대표곡이자 주제가인 ‘This wish’의 한국어 번역 가사 일부다. 주인공인 17세 소녀 아샤(목소리 연기 및 노래 아리아나 더보즈)가 숲속 언덕에 올라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부르는 노래다.
이 노래의 핵심 단어는 ‘별’과 ‘소원’이다.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에 밝다면 이 단어들과 관련해 떠오르는 노래가 있을 듯싶다.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의 주제가이자 한동안 디즈니의 회사 주제곡으로 쓰인 ‘When You Wish Upon a Star’다. 노래는 ‘네가 별에 소원을 빌면 그 꿈은 이뤄진다’란 가사로 끝난다. 이 노래처럼 디즈니 작품에는 별에 소원을 비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나무 인형 피노키오에 생명을 불어넣어 달라고 별을 바라보며 기원하는 제페토 할아버지처럼.
1923년 문을 연 디즈니의 ‘100주년 기념작’인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에선 사람들에게 소원을 돌려주고 싶은 아샤의 소원을 들어주려 ‘스타’란 이름의 별 캐릭터가 등장한다. 무대는 마법사 군주인 ‘매그니피코’(크리스 파인)가 통치하는 지중해 섬 나라 ‘로사스’다. 희망과 꿈이 잠재적인 불만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는 매그니피코는 사람들의 소원을 몰수한 뒤 자신의 통치에 도움이 될 만한 소원만 골라 들어준다. 사람들은 누구나 18세가 되면 매그니피코에게 소원을 얘기한 뒤 그 소원을 잊고 산다.
로사스를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섬을 소개하는 가이드로 일하던 아샤는 사람들의 소원을 없애는 것이 행복한 사회로 가는 길이 아니란 걸 깨닫는다. 아샤는 스타의 마법으로 말을 하게 된 새끼 염소 발렌티노(알란 터딕)를 비롯해 섬의 친구들과 힘을 모아 매그니피코에게 대항하고 왕국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한다.
오래된 디즈니 팬이라면 향수를 불러일으킬 요소가 많다. 시작부터 그렇다. ‘wish’라고 적힌 동화책을 “옛날 옛적에(Once upon a time)~”로 시작하는 내레이션과 함께 펼친다. 디즈니 고전물에서 으레 나온 장면이다.
하지만 영화의 서사 구조는 빈약하다. 유일한 악당인 매그니피코의 캐릭터와 그 변화를 설명해주는 힘이 약하다. 가장 소중한 소원을 빼앗겨 잊고 사는 로사스 국민들의 문제가 뭔지도 드러나지 않는다. ‘겨울왕국’ ‘주토피아’ 등 디즈니 장편에 빠진 관객이라면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100주년을 맞은 디즈니 고전의 가치와 지향점을 되새기고 싶은 관객이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처음 접하는 어린 관객들에겐 추천할 만하다.
몇몇 넘버(삽입곡)는 주목할 만하다. 아샤의 솔로곡 ‘This wish’에선 뮤지컬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2021)의 아니타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아리아나 더보즈의 감성과 가창력을 느낄 수 있다. 매그니피코에게 맞설 것을 다짐하는 합창곡 ‘Knowing What I Know Now’에선 다채로운 타악 반주가 일품이다. 다만 ‘Let It Go’(겨울왕국)처럼 듣자마자 귀에 감기면서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지는 넘버가 없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