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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거인들, 탈탄소 전환에 긴장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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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바꿨다. 등급 조정은 기구 설립 이후 최초다. 이처럼 한국 경제는 세계가 인정할 만큼 경이로운 성장을 이뤘다.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전력과 포스코의 역할을 빼고는 성공 요인을 설명하기 어렵다.

한국전력의 값싸고 안정된 전기는 피와 같았고, 포스코의 값싸고 품질 좋은 철은 근육과 같았다. 이런 피와 근육 덕분에 신경(IT)산업이 육성되고 정보통신 강국이 됐다. 이런 큰 역할을 한 한국전력과 포스코의 성공은 에너지 측면에서 보면 ‘탄소경제’ 덕분이었다. 그리고 운영 측면에서 보면 ‘정부 주도’였고, 더 넓게 보면 원자재의 국제 ‘표준원가’ 정착이 큰 역할을 했다.

1961년 정부는 전력 3사를 통합해 한국전력을 발족했다. 그리고 1968년 포스코를 설립했다. 경제개발 지원을 위해 정부는 전력회사를 발전·송전·배전(판매) 1사 체제로 갖추고 대규모 석탄발전소를 건설했다. 포스코를 위해서는 정부예산을 최대한 절약해 지원했다. 때마침 국제적으로 철광석과 석탄의 대량 수송이 가능해졌고, 생산지 가격도 국제 표준원가로 정착됐다. 석탄은 발전 연료이기도 하지만 철광석의 철과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제(원료) 역할과 용광로에서 열을 발생시키는 연료 역할을 하는 핵심 원자재다.

우리 경제의 큰 버팀목이던 탄소경제가 지구온난화 위기를 맞아 ‘수소경제’로 대전환을 시작했다. 수소경제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한 ‘그린 수소’다. 철강산업에서 그린 수소가 중요한 이유는 철강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는 태양과 바람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한 것이다. 자연히 일기나 기후 조건에 따라 생산(발전)이 불규칙하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이 전력 생산과 소비를 최적으로 연결하면 간헐성·변동성을 극복할 수 있다.
수소환원제철, 막대한 그린 전기 공급 필수
기본적으로 간헐성·변동성 있는 재생에너지는 전기를 저장(ESS)해 소비자의 선택 시간에 맞출 수 있는 지능형 개량 인프라(AMI)와 관리시스템(EMS)이 필요하다. 이런 ESS, AMI, EMS를 활용하는 것이 스마트그리드다. 문제는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전기를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주도의 한전 독점으로는 재생에너지 수급의 유연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므로 수요와 공급도 늘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그린 수소 생산이 불가능하고 철강의 탄소중립인 수소환원제철도 불가능해진다.

철강기업의 탄소중립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말해준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2800만t이다. 이 중 발전(전환) 부문이 2억7000만t(37.0%), 산업 부문 2억6100만t(35.8%)의 39%인 1억200만t(전체의 14%)이 철강에서 발생한다. 즉 철강이 탄소중립을 하기 위해서는 발전과 철강 부문 3억7200만t(51%)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또 ‘추가’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가로 달성해야 할 양이 얼마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포스코는 전체 소요 전력 중 한전으로부터 구입하는 양이 15%(3.76TWh)고, 나머지 85%는 자체 발전량이다. 자체 발전량은 LNG발전 12%, 폐열회수발전 10%, 부생가스발전 63%다. 부생가스발전은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모아 발전하는 것으로, 대부분 석탄을 연소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그런데 수소환원제철을 하게 되면 석탄 연소가 없으므로 부생가스발전도 불가능해진다. LNG발전도 재생에너지로 바꿔야 한다. 또 환원제인 석탄은 발열반응을 일으켜 용광로 내 온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수소는 반대로 온도를 낮추는 흡열 반응이 일어난다. 쇳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용광로 온도를 1600도로 유지해야 하므로 수소환원을 할 때 추가로 온도를 높이는 전기도 그린 전기로 해야 한다.

포스코가 현재 사용하는 전기 중 한전에서 구입하는 3.76TWh는 원자력발전으로 환산하면 약 0.5기에 해당하는 전력이다. 수소환원제철을 하면 부생가스발전이 없어지므로 약 25TWh의 전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추가로 수소흡열로 인해 저하된 용광로 온도를 높이기 위한 전기가 필요하므로 원자력발전소 3.6기+α 양만큼 그린 전기가 필요해진다. 이런 막대한 그린 전기 공급은 재생에너지의 특성상 한전 독점(정부 주도)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린 수소 부족, 국내 쇳물 생산 불가능
한국 철강산업의 탄소중립이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국제 표준원가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그동안 철강회사들은 철광석과 석탄의 산지 출하 가격을 거의 같은 수준으로 구입했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 시대가 되면 철광석을 연·원료(그린 수소) 산지로 이동시켜 쇳물(HBI)을 생산하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그린 수소의 여건에 따라 HBI 가격은 다양해진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그린 수소 여건으로 볼 때 더 이상 국내에서 쇳물 생산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국내 철강산업 부가가치의 3분의 2가 상실되므로 ‘경쟁력 있는 한국 철강’은 사실상 힘들어진다.

세 번째 이유는 고철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 모든 철강회사가 수소환원제철을 위해 경쟁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경제성 있는 제품 생산은 언제 누가 선점할지 알 수 없다. 따라서 그 이전 단계로 저탄소 철강 생산 경쟁을 하고 있다. 현재 기술로도 탄소를 약 20% 저감한 철강 생산이 가능한데, 이는 용광로에서 나온 쇳물을 전로에서 정제할 때 ‘고철’을 투입하는 것이다. 고철을 녹이는 데는 석탄은 필요 없고 전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고철 투입량만큼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 지원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EU는 총예산 2조유로 중 30%(853조원)를 그린딜 실행에 배정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에 360억달러(약 480조원, 2022~2030년)를 투자하고 있다. 일본은 2021년부터 저탄소 기술 개발을 위해 2조7000억엔(약 180억달러, 23조원)의 녹색혁신(GI) 기금을 마련했다. 한국은 2030년까지 저탄소·친환경 철강에 1410억원(약 1억300만달러), 수소환원철강 R&D에 3년간 270억원(약 2000만달러)을 투자할 계획이다.

수소경제는 정부의 적극적 재정지원과 규제개혁을 통한 민간 전력시장의 활성화가 핵심이다. 고철 자원화 또한 정부의 의지 문제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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