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로 고전하던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사업 영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유튜브 등지에서 인플루언서 소속사를 자처하며 영상 광고 수익을 나누던 기성 MCN 방식은 투자 혹한기에서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인공지능(AI)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앞세워 새 시장을 창출하는 2세대 인플루언서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24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인플루언서 플랫폼 ‘쥬씨’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8만1300명을 기록했다. 반년 만에 10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쥬씨는 AI 스타트업 제네시스랩이 만든 실감형 콘텐츠 플랫폼이다. 사용자 동작과 음성을 인식해 고말숙 등 유튜버와 데이트를 즐기거나 게임을 함께할 수 있다. 제네시스랩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엔 인플루언서가 직접 반응형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피처링은 SNS에서 인플루언서별 유효 팔로어를 파악해 내고, 구매 전환 예측값을 계산하는 AI 기반 SaaS 플랫폼을 운영한다. 지난 9월 57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1300만 개의 SNS 계정을 끌어다 인플루언서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든 것이 특징이다. 피처링 관계자는 “팔로어 수준이 비슷한 인플루언서를 교체했는데 매출 기여도가 10배 늘어난 고객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공개(IPO) 성공 사례도 나왔다. 레뷰코퍼레이션은 지난 10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이들 플랫폼은 동네 가게 광고, 제품 광고를 주력으로 리뷰형 인플루언서와 광고주를 이어준다.
기성 MCN도 변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MCN 스타트업 순이엔티는 지난달 AI 기반 숏폼 음악 플랫폼 ‘스냅비츠’를 출시했다. 작곡가들이 AI 목소리 등을 입힌 15초~3분 분량 숏폼 전용 음악을 플랫폼에 올리면 인플루언서가 곡을 선택해 영상에 사용하는 구조다. 순이엔티 관계자는 “영상 크리에이터는 저작인접권을 얻고 작곡가는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어 모두가 배고프지 않은 새 시장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