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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인기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 ‘뮤탈 뭉치기’ 창시자로 유명했던 서경종 선수(사진)가 e스포츠 스타트업 경영자로 변신했다. 그가 이끄는 라우드코퍼레이션은 2020년 90억원대 영업손실을 내는 회사에서 올해 매출 250억원, 영업이익 15억원의 흑자 회사로 기사회생했다. 2019년 말 롤(LOL) 게임 선수 불공정 계약 논란의 책임을 지고 대표에서 물러났던 서 대표가 다시 구원투수로 등판한 지 3년 만의 일이다.
서 대표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때 우리가 운영한 e스포츠 구단 그리핀이 SK T1을 이기고 1위 한 적도 있지만 점점 대기업 경쟁 구도로 흐르면서 망하겠구나 싶었다”며 “e스포츠 분야에서 가장 최적의 사업구조를 만들어 매년 성장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게임 구단을 과감히 포기했다”고 말했다.
대신 그가 선택한 것은 프로게이머들을 위한 소속사다. 지난해 말 매니지먼트 조직인 ‘슈퍼전트’를 만들었다. 슈퍼전트 소속 선수만 카나비, 도인비 등 50명이 넘는다. SK T1이 토트넘 축구팀이라면 라우드는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CAA 같은 에이전트라는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 어디에 가도 한국 e스포츠 선수들이 통한다”며 “여러 선수를 육성하면서 스카우트, 방송, 광고 에이전트를 맡고 있다”고 했다.
서 대표는 빠른 학습자로 통한다. 초등학생 때 경기 구리시 대표로 수학경시대회에 나갈 정도로 ‘공부벌레’였던 그는 뒤늦게 게임에 입문했지만, 프로팀 POS에는 최연소로 입단했다. 게임처럼 경영도 빠르게 습득했다. 라우드의 전신인 콩두컴퍼니를 2014년 공동 창업할 당시만 해도 비즈니스용 이메일조차 쓸 줄 몰랐다. 지금은 웬만한 재무제표 해석도 문제없다. 서 대표는 “스타크래프트 하듯 필요한 미션을 시의적절하게 구상하고 밀어붙이는 게 CEO로서의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복귀 직후인 2021년부터 게임 리그를 본격화했다. 애초 글로벌 중계권 판매를 목적으로 ‘한·중·일’ 리그로 기획했다. 개인(B2C) 대신 기업 대상(B2B) 수익원을 고민한 결과다. 라우드가 최근 기획한 ‘발로란트’ 한·중·일전은 4000만 명이 시청했다.
게임 리그는 예전처럼 오프라인 장소를 임차해 운영하는 방식이 아니다. 전남 광주와 부산의 e스포츠 경기장을 수탁 운영해 임차 비용을 대폭 줄였다. 라우드는 경기 기획부터 콘텐츠 제작, 송출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하고 중계권 판매 시 지방자치단체와 이익을 공유한다.
라우드는 리그 제작을 중동으로 확대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새비게임즈 그룹이 투자한 중국 e스포츠 기업 VSPO와의 협력 관계를 발판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회사의 수익 모델은 선수 매니지먼트, 게임 리그 제작, 엔터테인먼트 세 가지로 나뉜다. 아이돌 그룹 JYJ의 김준수 씨가 대표를 맡은 팜트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8월 미래에셋증권과 주관사 계약을 맺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