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종사자가 급증한 e커머스 기업에 노조를 세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세 번째로 임직원 수가 많은 쿠팡을 제1 타깃으로 삼았다. 업계에서는 “기존 제조업 분야의 노조 조직화가 예전처럼 쉽지 않자 국민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업종에서 세를 키워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쿠팡의 국민연금 가입자(임직원)는 작년 말 5만6398명에서 지난달 말 6만7980명으로, 약 1년 새 1만1000명 넘게 늘었다. 삼성전자(12만867명)와 현대차(6만8810명)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많은 고용 규모다.
쿠팡에 처음 노조가 설립된 것은 2018년 7월이다. 쿠팡이 직접 고용한 배송 기사인 ‘쿠팡친구’들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쿠팡지부를 세웠다. 이후 2021년 6월 전국택배노조 산하 물류센터지회가, 올 4월 쿠팡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CLS)지회가 차례로 구성됐다. CLS는 급증하는 배송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2021년 외부 택배 대리점주들과 계약을 맺고 대체 배송을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쿠팡지부와 물류센터지회에서 가입자가 예상만큼 늘어나지 않자 CLS와 업무 위탁을 맺은 전국 대리점 택배 기사(일명 ‘퀵플렉스’)로 공략 대상을 넓혔다. 퀵플렉스 기사들은 최근 2년 새 1만 명 넘게 늘었다.
노조 설립 후엔 ‘장외 투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작년 6월엔 공공운수노조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로비를 기습 점거해 10개월간 농성을 벌였고, 지난 10월 60대 퀵플렉스 기사 A씨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열었다. 올 4월엔 택배노조 간부가 CLS 직원 머리를 팔로 조르고 밀어 넘어뜨리는 등 폭행을 가한 일도 있었다.
민주노총의 ‘쿠팡 점령’ 시도는 현재로선 실패했다는 게 유통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쿠팡지부는 지난달 “개별 노조원 권익은 등한시하고 정치 집회만 일삼는다”며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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