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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동훈, 기성 정치꾼 흉내 말고 보수 정체성 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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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끝에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한다. 윤석열 정부 ‘스타 장관’으로 불린 그는 이제 여당 사령탑을 맡아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한다.

여당이 한 비대위원장 지명자에게 정권 명운이 걸린 총선 컨트롤타워를 맡긴 것은 일종의 승부수다. 그의 어깨는 무거울 것이다. 과제도 첩첩산중이다. 총선을 지휘하는 여당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무게감은 클 수밖에 없다. 21년 동안 몸담아 온 검찰의 상명하복 조직문화와는 또 다른 차원의 책임감과 정치적 리더십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갈라진 당의 분열상 극복이 급선무다. 비대위 구성도 이 기준에 맞춰야 한다. 혹여라도 공천권을 개인 정치 기반을 넓히는 수단으로 삼고, 옹립파 위주로만 당을 운영한다면 ‘공도동망’의 지름길이다. 계파 싸움에 함몰해 패배한 2016년, 2020년 총선 경험을 반추해보면 된다.

기왕 한동훈 체제가 들어선 만큼 그에게 부정적이던 당내 인사들도 더 이상 갑론을박을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젊은 비대위원장’은 새로운 접근법과 시각으로 기득권 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에게 신선함을 던져줄 수 있다. 그런 기반에서 정치 혁신의 기치를 전면에 내세워 개혁에 앞서는 게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다. 당과 대통령실 관계에서도 더 이상 ‘윤심(尹心)’이니 ‘아바타’니 하는 말이 나와선 곤란하다. 대대적 인적 쇄신은 필수다. 새 피 수혈로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초점은 중도와 수도권 지지 확장에 맞춰야 한다. 한 비대위원장은 보다 정제된 화법도 필요하다. 한마디 한마디에 진중할 필요가 있다. 자칫 싸움꾼 이미지나 준다면 ‘이전투구’ 전략에 말려들 수 있고, 정치의 수준도 떨어뜨릴 것이다.

서울 49개 지역구 중 ‘우세’가 6곳뿐이라는 당 내부보고서에서 잘 나타나듯, 국민의힘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거대 야당은 그를 상대로 ‘복수혈전’을 노리며 여당 내, 여당과 대통령실의 틈새를 파고들 것이다. ‘정치 공학’을 떠나 한 비대위원장은 보수·우파라는 당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정책 선거를 주도해나갈 필요가 있다. 어설픈 기성 정치꾼 흉내는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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