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1.2기가바이트(GB)인 KT 가입자 김정은 씨(51)는 5세대(5G)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 통신비 부담이 부쩍 늘었다. 4세대 이동통신(LTE)에선 월 3만3000원 최저 요금제(데이터 1.4GB)로 충분했는데 5G 요금제는 가장 낮은 상품이 4만5000원(5GB)짜리였다.
앞으로는 이런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5G 스마트폰 이용자도 LTE 요금제로 가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SK텔레콤을 시작으로 KT가 22일부터 5G와 LTE 요금제 간 벽을 허물었다.
◆데이터 사용량 따라 골라 가입
KT는 22일부터 5G 스마트폰으로 LTE 요금제 이용이 가능하다고 21일 발표했다. ‘5G 스마트폰은 5G 요금제만 가입해야 한다’는 이용약관을 고쳤다. 앞으로는 기존·신규 가입자 모두 스마트폰 종류에 따른 제약 없이 요금제를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다. LTE 스마트폰에서 5G 요금제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이 같은 변화는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의 일환이다. SK텔레콤이 지난달 22일 가장 먼저 이용약관을 개정한 데 이어 KT도 움직였다. LG유플러스는 내년 1월 19일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LTE 요금제는 5G 요금제보다 저렴한 편이다. 데이터를 적게 사용한다면 5G 스마트폰에서 LTE 요금제로 바꾸는 게 이득이다. 데이터를 많이 쓴다면 5G 요금제가 유리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요금제 변경을 고려하는 기준을 데이터 사용량 9GB로 꼽았다. 9GB는 평균적으로 초고화질(4K) 영상 1시간을 보는 데 소요되는 데이터 양이다. 김씨처럼 5G 이용자지만 데이터를 9GB 미만으로 알뜰하게 쓴다면 LTE 요금제로 갈아타는 게 좋다.
와이파이 사용을 제외한 평소 데이터 사용량이 9GB를 넘는다면 5G 요금제가 오히려 유리하다. 5G 요금제는 상대적으로 데이터 제공량이 많아 동영상, 게임, SNS, 음악 등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예컨대 KT에선 6만9000원짜리 동일한 가격에 5G 요금제엔 220GB를, LTE엔 110GB를 제공한다. 다만 단말기 구입 시 지원금을 받았다면 기존 요금제 유지 기간이 만료됐는지 따져봐야 한다. 유지 기간 만료 전 요금제를 변경하면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평균 가계통신비 감소세
내년에는 가계통신비 부담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통신 3사는 내년 1분기 3만원대 5G 요금제 최저구간을 신설하기로 했다. 청년·고령층·온라인 등 5G 요금 체계를 더 촘촘하게 세분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통신 3사는 내년 3월 29일부터 ‘선택약정 25% 요금 할인 사전 예약제’를 도입한다. 1년 약정을 선택하는 가입자에게 1년 약정 연장을 예약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 30만~8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 3~4종을 추가 출시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주요 방안으로 꼽힌다. 올해 11~12월엔 40만~8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 2종을 내놨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민생 경제 부담이 커지고 있어 통신비 부담을 적극 줄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분기 월평균 가계통신비 지출은 전년 동기(13만1000원)보다 1% 감소한 13만원으로 집계됐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