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0일 14:3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카카오페이의 미국 증권사 시버트파이낸셜 인수가 무산됐다. 카카오그룹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혐의로 금융당국의 수사를 받게 된 여파다. 업계에선 그룹 리스크가 계열사의 인수합병(M&A)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20일 미국 증권사 시버트파이낸셜의 지분 51%를 1039억원에 취득하는 2차 거래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4월 시버트파이낸셜의 지분을 두 차례에 걸쳐 취득하기로 하고 이중 지분 19.9%(807만5607주)는 지난 5월 확보했다. 나머지 지분(2575만6470주)은 내년 중 완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버트파이낸셜은 카카오그룹의 경영진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혐의로 위기에 빠지자 지난 달 거래 중단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시버트파이낸셜 측은 서신에서 "2차 거래는 주주총회와 미국 규제당국의 승인 등 선행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이를 종결하기 어려운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2차 거래를 진행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지분 인수 계약을 종료하고 관련 주주 간 계약을 변경했다. 시버트파이낸셜은 카카오페이에 내년 3월 29일부터 2026년 6월 30일까지 총 10개 분기에 걸쳐 500만달러(약 65억원) 규모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양사 간 합의에서 지난 5월 진행된 1차 거래를 통해 보유한 지분(19.9%)과 시버트 이사회 구성원 자격을 유지하고, 이사회 멤버로서 해야 할 역할을 지속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는 카카오페이가 기업공개(IPO) 이후 처음으로 진행한 인수합병(M&A) 건이었다. 카카오페이는 2021년 상장으로 조달한 1조5000억원가량의 자금 중 절반 이상인 8540억원을 사업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에 사용하기로 하고 글로벌 금융사업 확장을 위해 첫 인수 대상자로 시버트파이낸셜을 낙점했다.
1967년 종합증권업에 진출한 시버트파이낸셜은 미국에서 6곳의 자회사를 보유한 나스닥 상장사다. 증권 트레이딩·투자 자문·기업 주식 계획 관리 솔루션 등 다양한 중개 및 금융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9707억원, 자기자본 666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668억원, 당기순손실 40억원이었다.
카카오페이는 시버트파이낸셜을 인수한 후 미국 주식 주문 시스템을 결합해 미국 주식 애프터마켓 서비스와 24시간 미국 주식 거래 지원 등 해외 주식 거래 솔루션을 구축할 계획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등 해외 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했으나 인수 무산으로 불투명해졌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