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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가 세계 자본시장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부펀드의 운용자산(AUM)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국부펀드의 투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사모펀드(PEF),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아부다비로 몰려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UAE의 아부다비가 글로벌 대체투자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아부다비 국부펀드의 운용자산이 증가하자 이를 운용하려는 금융사들이 물밀듯이 아부다비에 진출하고 있다.
아부다비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 아틀라스 홀딩스의 최고 투자책임자(CIO)인 아민 부셰투프는 블룸버그에 "아부다비 국부 펀드가 투자처를 확대하면서 패밀리 오피스가 몰려들고 있다"며 "10년 전에는 전설적인 투자자들을 한 달에 한 번 볼까 했는데, 올해는 매일 4명씩 만나고 있다. 하루하루가 '다보스 포럼'과 같다"고 설명했다.
소수 고객들의 자산만 운용하는 사모펀드인 패밀리 오피스가 아부다비에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리안 펀드 매니지먼트, 브레반 하워드 자산운용, 구겐하임캐피털, TCI펀드 등의 억만장자 투자자들이 아부다비에 투자자 모집을 추진하고 있다.
아부다비에 자산운용사가 몰리는 이유는 아부다비 국부펀드의 운용자산 때문이다. 아부다비투자청(ADIA), 아부다비 국영 지주회사(ADQ), 무바달라 등 3대 국부펀드의 총운용자산은 올해 1조 5000억달러를 넘겼다. 투자 다각화로 수익원을 개발한 결과다.
국부펀드의 출자 사업을 따내기 위해 자산운용사가 몰렸다는 설명이다. 아부다비의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글로벌 자금도 아부다비로 이동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6년 46개에 불과했던 아부다비의 특수목적회사(SPV)는 올해 5000개를 넘어섰다. SPV는 주로 자산 유동화를 위한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다.
SPV 소유주 면면도 화려하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창업자 자오창펑을 비롯해 인도 최대 재벌 아다니 그룹, 세계적인 투자자 레이 달리오 등이 아부다비에 올해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했다.
아부다비가 석유 일변도의 산업을 다각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아부다비는 해외 자산 보호를 위해 면세 혜택을 늘렸으며, SPV에 대한 법인세 및 소득세도 면제해준다. 외국인 장기 거주를 유도하기 위해 10년짜리 장기비자도 제공한다. 해외 투자자들이 아부다비로 몰려드는 이유 중 하나다.
부셰투프 CIO는 "아부다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금융에 혁신적인 도시가 됐다"며 "장기적으로 충분한 자본이 오고가는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