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시험 종료종이 일찍 울리며 피해를 본 수험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선 가운데, 영국 BBC가 "미래 관계까지 걸린 시험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해 조명했다.
20일(현지 시각) BBC는 지난달 서울 성북구 경동고등학교에서 1교시 국어시험 종료종이 1분 30초 일찍 울려 학생들이 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보도했다.
서울시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당시 타종 담당 교사가 태블릿 화면을 잘못 보고 마우스를 일찍 눌러 오타종이 발생했다. 학교 측은 실수를 확인하고 2교시 수학 영역 시험이 종료된 이후 다시 시험지를 배분해 1분 30초의 시간을 부여했지만, 이미 답안지에 마킹한 답안은 수정하지 못했다.
이에 현장에서 피해를 본 43명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종료종이 1분 30초 빨리 울리는 사고로 정신적 고통이 발생했으니 정부가 1인당 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취지의 소장을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바 있다.
소송을 대리하는 김우석 변호사는 "교육 당국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피해를 본 사건이지만, 사고 원인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도 없다"라며 "1년간 재수를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인 2000만원은 배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BC는 "이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 중 하나이자, 매우 많은 것이 걸려있는 수능 시험장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한국의 수능은 대학 진학을 넘어 직업과 미래의 관계까지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또 BBC는 "8시간의 마라톤 시험인 수능이 치러지는 날에는 비행기도 다니지 않고, 주식 시장도 멈춘다"라며 "지난 2020년 치러진 수능에서도 수험생들이 오타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법원이 지난 4월 2심에서 위자료 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전했다.
이어 BBC는 "다른 나라에선 '오타종'의 대가가 더 클 수 있다”며 지난 2012년 중국 후난성에서 대학 입학시험이 진행되던 중 4분 48초 일찍 종료종을 울린 책임자가 업무상과실 혐의로 1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고 덧붙였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